B형간염 치료 시장에서 꾸준한 처방 패턴을 보여 왔던 ‘제픽스+헵세라’ 병용요법에 대해 더 이상 절대적 치료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현재 제픽스(성분 라미부딘)는 단일요법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고, 헵세라(성분 아데포비르)는 2차 약제다. 두 약제는 그 동안 상호보완적 관계로 B형간염 바이러스 치료의 최대 대안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점차 새로운 약제들이 출시되다 보니 더 이상 이 처방 패턴이 능사가 아니라는 분석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개최됐던 대한간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도 “‘제픽스+헵세라’의 병용처방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내성 발현율을 낮추기 위한 방편일 뿐”이란 발표가 있었다.
이미 내성 발현율이 현저히 낮은 차세대 약제(바라크루드, 비리어드 등)들이 출시된 상황에서 효능 증대 없이, 내성 발현만을 억제하고자 두 가지 약제 복용의 불편을 감수할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김윤준 교수팀도 ‘제픽스+헵세라’에 대한 내성 환자들에 ‘바라크루드+헵세라’ 병용요법이 월등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초록[사진 일부 발췌]을 낸 바 있다. 조금씩 국내 처방 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12~14일 열린 간학회 춘계학술대회 런천 심포지엄에서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는 ‘제픽스+헵세라’ 콤비 처방이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영석 교수는 “제픽스의 경우 5년 투여 시 내성 발현율이 70% 정도가 생길 정도로 취약한 약제로 알려져 있다. 헵세라와 병용 투여하는 이유는 추가 내성 발현을 막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 초반, 미국 의학저널에 간단한 임상결과가 나왔다. 제픽스 내성 환자에 헵세라 단독 투여와 ‘제픽스+헵세라’ 병용 투여 시 효능에서 전혀 차이가 없던 것으로 나왔다. 실제 우리도 헵세라 단독 투여를 해왔었지만, 점점 헵세라 추가 내성 환자들이 많아졌다. 1년에 17%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즉, 제픽스 내성 환자에 ‘제픽스+헵세라’ 병용투여를 하더라도 헵세라 단독 투여와 효능 차이가 없고, 헵세라 단독요법의 경우에는 추가 내성이 생긴다는 얘기다.
결국 제픽스로 헵세라의 추가 내성을 막기 위해 병용요법이 필요할 뿐, 콤비네이션 처방이 효능 증가를 위함은 아니란 설명이다.
임영석 교수는 “하지만 그 동안 병용요법이 일반화가 돼왔었기 때문에 효능이 더 좋기 때문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부연했다.
이어 “현재 대학병원들을 비롯한 전체 의료계에서 ‘제픽스+헵세라’ 병용처방을 지양하고 있는 추세다. 약제사용의 기본 원칙 중 하나가 효능이 더 좋은 약제를 선택하고 같은 효능이라면 알약 수를 적게 처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임 교수는 “최근 단독치료 전환이 느린 이유는 심평원의 삭감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