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치료제 ‘헵세라’ 철수···의사들 우려감 표출
오리지널 생산 중단 이어 제네릭도 무더기 허가 만료
2022.04.12 05:5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B형간염 치료제에서 한 획을 그었던 ‘헵세라’(성분명 아데포비어)가 시장에서 빠지는 수순을 밟고 있다. 3월 오리지널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생산 중단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제네릭(복제약) 생산기업들도 4월 무더기 허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서는 대체요법 출연 및 사업성 등이 반영된 흐름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의료계는 헵세라 복용자가 아직도 적지 않은 데다 장기복용 환자들은 대부분 약 변경에 거부감이 있는 만큼 우려가 된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 내 품목허가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국내 제약사가 허가받은 전체 아데포비어 제제 중 절반에 가까운 23개 품목이 한꺼번에 허가 취소됐다. 
 
허가 취소 사유는 ‘기간 만료’였다. 의약품의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데, 제약사들이 이를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기간 만료로 인해 허가가 취소된 것이다.
 
이번에 허가 만료된 제약사들은 JW중외제약, 대웅제약, SK케미칼 등 대형 제약사를 비롯해 신풍제약, 보령제약, 광동제약, 바이넥스, 일양약품, 현대약품, 영진약품, 한올바이오파마, 경동제약, 에이프로젠제약, 화일약품, 일화, 미래제약, 한국유니온제약, 동구바이오제약, 파마킹, 코오롱제약, 다산제약, 대한약품공업, 동광제약 등이 있었다.
 
이들보다 먼저 시장에서 물러난 제약사들도 적지 않다.

삼일제약, 대웅바이오, 대원제약, 비씨월드제약, 한림제약, 알보젠코리아, 오스틴제약, 동성제약, 삼화바이오팜, 제뉴원사이언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 11개 제약사의 경우 2020~2021년 자진 취하를 택했다. 한국코러스의 제네릭 또한 이미 지난해 6월 20일 허가 만료됐다. 
 
이로써 아데포비어 제제는 오리지널인 헵세라를 포함해 총 14개만 남았다. 현재 허가가 유효한 제약사는 오리지널인 GSK를 포함해 GC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일동제약, 부광약품, HK이노엔, 동아에스티, 동국제약, 삼진제약, 제일약품, 비보존제약, 하나제약, 명문제약 등이다.
 
그런데 오리지널 제약사인 GSK도 지난 3월 유통사에 헵세라의 생산 중단을 공지했다.

당시 GSK 측은 “헵세라정에 대한 파트너십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며, 전 세계적으로 판매 중단 조치가 진행된다”며 “추가 유통계획은 없다. 동일 성분의 제네릭 및 대체 치료법이 있어 공급 중단에 따른 영향은 최소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4월 1일 제네릭 허가가 무더기로 만료되면서, 아데포비어 제제는 오리지널에 이어 제네릭까지 시장에서 물러나는 모양새가 됐다. 
 
제약업계에서는 이 같은 헵세라 행보는 예정된 흐름이었다는 관측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는 허가를 받기는 했는데, 그동안 생산량이 ‘0’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실제 생산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허가를 받기는 했지만 헵세라 성분에 대한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르) 등 대체요법 출연 및 사업성 등의 문제로 실제로 생산하지는 않은 제약사들이 있다”며 “생산을 하지 않으니 허가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 갱신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같은 헵세라 시장 철수 흐름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비리어드 등 대체요법은 존재하지만 여전히 복용자가 적지 않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서울 소재 S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리어드가 헵세라와 같은 계열 약물이고, 헵세라와 제픽스(성분명 라미부딘) 병용요법을 대체할 수 있다”며 “하지만 헵세라로 효과를 봤던 환자들은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 이들에게 당장 헵세라 복용을 그만두고 비리어드로 갈아타라고 말하기는 의사 입장에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헵세라 장기복용자들은 대부분 제픽스에 대한 내성으로 인해 약을 이미 한번 바꾼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내성으로 약을 바꾼 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보통 약 교체에 대해 심리적 저항감이 있다. 이번에 GSK를 비롯한 제약사들이 사업성만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한다면, 국민건강에 일조해야 하는 제약사로서 의식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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