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건강보험급여 등재 이후 실제 임상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항암제의 재평가 모델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평가 모델의 미숙함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논의가 좀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오늘(23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제(諸)외국 항암제 가치 평가 도구 분석 및 한국에서의 적용’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서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강진형 회장은 “고가 신약항암제의 급여 진입으로 건보재정 부담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실제 임상현장에서 사용되는 항암제 효능에 대해서는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이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금년 6월부터 대한항암요법연구회와 함께 용역사업을 통한 의약품 가치평가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이미 급여를 받고 있는 항암제라 하더라도 사후 관리 기전을 확보하고 표준적인 가치평가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목적이다.
류민희 총무이사(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는 “일부 고가 항암제의 경우 치료효과와 비용대비 효과성이 불확실하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유럽종양학회(ESMO)가 각각의 가치평가도구를 개발해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류 이사에 따르면 이번 용역사업 내에서 종양내과 의사 17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항암효능(OS, PFS, ORR) 70%, 독성(NCI-CTC) 30% 비율로 가치평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58.8%로 절반 이상이었다.
또한 50%의 전문가가 "한국형 항암제 가치척도 평가도구가 개발된다면 이를 건강보험 적용시 판단 기준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한혈액학회 다발성 골수종 연구회 혈액종양내과 의사 20명을 상대로 한 2차 인식 조사에서는 95%의 응답자가 "항암제 선택 시 약제 효과를 가장 중점에 둔다"고 답했고, 90%는 "가치평가 도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으며 65%가 "국내 임상적 상황을 고려할 때 ASCO와 ESMO의 개발 모델을 모두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각 모델에 대한 한계점도 존재한다. ASCO에서 개발한 도구는 장기간의 약효를 충분히 반용하지 못하고 독성에 대한 점수 반영이 불충분하다. ESMO 평가 도구는 환자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적용이 미미하며 임계값에 대한 근거가 없다.
류민희 이사는 “조사 도구 활용과 적용을 위해서는 교육 및 세미나 등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사후 평가 필요성에 대한 동의가 모아졌다.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해외에서도 이 같은 가치평가 모델이 연구되고 있는 중인데,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고민을 시작한 것이 다행이라 본다”며 “보험약제과도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박영미 약제관리실장은 “항암제 가치평가를 위한 도구 개발 필요성은 이미 있어 왔다. 등재된 항암제의 사후평가 및 관리는 비교적 최근의 이슈”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거 중심 의사결정에 있어 이 같은 도구 활용이 가능하다. 사후평가까지 적용 가능할지는 연구 결과가 나온 이후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공단 황경제 약가사후관리부장도 “재정 관리 입장에서 가치평가 도구 개발의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한국형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가 고민이 필요하며 이 같은 항암제와 함께 경증 치료제 등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며 도입 자체에는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애브비 김준수 상무는 “해당 모델들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수년에 걸쳐 논의되고 있는 상태로 아직 실제 임상 현장에 도입되지는 않고 있다”며 “항암제 가치평가 도구에 대해 국내 이해관계자들 간에 어떤 목적으로, 어느 정도의 활용도를 가질 수 있는지 보다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을 보험 약가 정책에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우리나라는 경제성평가를 중심으로 비용효과성을 평가하는 절차를 이미 확립하고 있다”라며 “기존 경제성평가에 잘 반영되지 못했던 환자 삶의 질이나 부작용 개선 부분을 현 제도에 녹여내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