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경평면제) 의약품 비용효과성 평가기준이 A7 조정최저가 대비 80% 이하라는 정부 입장이 나왔다.
다만 경평면제 약제도 위험분담제(RSA)로 통합돼 환급형 제안 시 표시가가 A7 최저가 대비 높게 설정될 수 있다. 글로벌제약사들은 경평면제 약물 약가인하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의 경평면제 약제 비용효과성 평가수준 하향 기준에 대한 내부규정 공개 지적에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해당 제도는 지난 2015년 도입됐다. 특례 대상 약제에 대해선 경제성평가를 생략하는 대신 A7(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국가의 최저가 이하로 가격을 협상하게 된다.
등재 후 약품비가 일정금액을 초과하면 제약사로부터 해당 금액만큼 약품비를 환수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심평원은 경평면제 약제 실제가는 A7 조정최저가 대비 약 80% 선에서 비용효과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심의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준 명확화와 제외국 위험분담제 적용 여부 등 약제 특성을 고려한 결과다. 공단 협상과 배치되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협상시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심평원은 “경평면제 약제 비용효과성 판단 시 A7최저가가 위험분담계약이 확인되는 경우 표시가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추가적인 가격인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가격인하 압박으로 급여 지연 상황 우려에 대해선 “작년 10월8일부터 경제성평가면제 약제도 위험분담제로 통합됐다”고 답했다.
심평원은 “환급형 제안 시 표시가를 A7 최저가 보다 높게 설정할 수 있으며, A7 최저가가 위험분담계약 대상이 아닌 경우 A7최저가 등을 고려해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심평원 입장에 대해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이하 KRPIA)는 A7 국가의 위험분담제 적용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이어 “그동안 논의 과정에서 약제별로 특징에 따라 유연하게 평가돼야 한다고 수차례에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KRPIA는 “산출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80%라는 수치를 일괄 적용하는 경우 희귀·중증질환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경제성평가면제 대상약제의 접근성이 심각히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평면제제도는 A7 국가 표시가 불확실성에 대응, 의무적으로 연간 사용 총액을 제한하고 있고 사후관리기간 중에 해외 가격이 추가로 인하되는 경우 약가를 추가로 인하해야 하는 등 이미 촘촘한 재정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A7 국가 최저가의 80%선으로 20%의 약가를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면 사실상 경평면제제도가 사문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심평원이 최저가 80%선을 내부운영기준으로 마련하고 모든 약제에 대해 일괄적으로 적용할 경우, 신뢰보호 원칙에 위반한 재량권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개되지 않은 내부운영기준으로 행정을 운영하며 경평면제 약제 평가기준을 변경한다면, 해당 약제들만 신약평가기준이 아닌 별도 내부운영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차별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KRPIA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경평면제제도로 등재된 의약품들이 모두 다국적제약사의 제품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차별하는 조치로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