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힐러리' 美 대선, 의료정책 기상도 '흐림'
윌리엄 다우 교수 '후보 무관, 現 의료시스템 변화 기대 어려워' 일침
2016.06.10 12:07 댓글쓰기

미국 대선 경쟁이 가열되면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두 대선주자의 보건의료 분야 공약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보건정책인 일명 오바마 케어존폐 여부를 놓고 두 후보 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 대립이 워낙 첨예했던 만큼 이번 대선에도 갈등 양상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오바마 케어를 둘러싼 두 대선주자의 대립에 정작 미국 보건정책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어느 후보가 당선이 되든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데일리메디는 최근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특강을 위해 방한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윌리엄 다우(William H. Dow)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대선주자들 보건의료 공약과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윌리엄 다우 교수는 조지 부시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에서 보건정책 자문을 맡았고, 그 이후에도 미국 정부의 보건정책 입안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건경제학자다. 현재 버클리캠퍼스 보건대학원에서 부학장으로 활동 중이다.

 

- 한국 방문 계기는

평소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에 관심이 많았다. ‘저비용 고효율로 대변되는 한국 건강보험을 좀 더 깊게 알아보고 싶었다. 마침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특강 자리가 마련돼 감사한 마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 학생들과는 미국의 보건의료에 대해 얘기하고한국의 보건의료에 관한 궁금증을 풀고 싶다.

 

- 보건경제학자로서 한국 건강보험체계를 평가한다면

정말 훌륭하다. 접근성과 효용성, 형평성 등 모든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싶다.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움을 표했던 제도 아닌가? 다만 의료기술 발전과 인구 고령화는 의료비 증가에 대한 고민을 키울 것이다. 한국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효율적 대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

 

- 의료비 증가는 세계 각국의 공통 고민이다. 향후 전망은

그렇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의료비 증가 추세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란 점이다. 인류의 생명연장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각종 의술과 의료기기, 의약품 등이 지속 생산되고 있다. 의료비 증가는 이 시대의 숙명이다. ‘의료의 특성상 정부의 인위적 통제도 어렵다.

 

- 그러다 보니 의료비 절감 책임을 공급자인 의사나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경향이 또렷하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재정을 운영하는 보험자 입장에서 가장 접근하기 용이한 수단이 공급자 통제다. 대표적 사례가 포괄수가제(DRG, Diagnosis Related Group). 미국은 이미 1980년대 DRG를 시행했다. 의료의 효율적 사용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와 함께 지나친 통제과 관리로 인해 소극적 진료를 유발시킨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 영화 '식코(SICKO)'를 봤나. 의료 민영화의 폐단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얘기는 많이 들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의료의 접근성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의료의 접근성 문제는 분명하다. 하지만 관점의 차이는 존재한다.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등을 통해 취약계층의 접근성은 보장돼 있다. ‘식코(SICKO)’라는 영화가 미국 보건정책에 영향을 미쳤는지 묻는 질문이 많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NO'.

 

- 의료는 공적영역인 만큼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영보험 위주의 미국은 고민이 더 클 것 같은데

일면 맞는 얘기다. 미국 정부 역시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 보는 만큼 미국사회에서 의료시스템 내 정부 역할 부재를 우려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공보험과 사보험으로 나뉘어져 있고, 운영체계가 다를 뿐이다. 돈 없으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극단적 국가는 아니다.

 

- 이러한 고민으로 오바마 케어가 시작된 것 아닌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공보험과 사보험 혜택 범위에 포함되지 못하는 의료사각지대 환자들을 최소화 하겠다는 게 오바마 케어의 지향점이다. 정부 역할이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일정 부분 공공성이 반영되기는 했다.

 

- ‘오바마 케어진행 상황은

현재까지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제도 시행 이후 의료 사각지대 문제가 많이 해소됐다.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던 50만명 중 15만 명이 제도권 내에 편입됐다. 하지만 불법체류자 등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이는 정치적 문제와 맞물려 있어 해결하기 어렵다.

 

-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강제성이다. 오바마 케어는 연방정부가 90%, 주정부가 10%의 재원을 부담하는 구조다. 하지만 주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강제할 수단이 없다. 실제 오바마 케어를 시행하지 않은 주정부도 있다. 강제성이 없는 만큼 미국 전역에 걸친 제도 확산은 기대하기 힘들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제도 수용률이 달라진다.

 

- 대선을 앞두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의료정책 공약을 평가한다면

오바마 케어를 중심으로 논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공화당 대선주자인 트럼프는 보건의료 정책에 있어서도 전매특허인 말 바꾸기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케어에 대해 우회적으로 지지 입장을 보였다가 올해 초에는 상반되는 내용의 공약을 내걸었다.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는 대신 값싸고 믿을 만한 처방 의약품 수입을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 힐러리 클린턴은

집권 여당인 만큼 오바마 케어 계승을 일찌감치 천명했다. 물론 기존에 불거졌던 일부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의 공약에 대해서는 공화당 당론을 의식해 입장을 바꿨다고 일침했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미국인들을 의료에서 멀어지게 하는 계획이라고 힐난했다.

 

- 두 대선주자가 향후 미국 의료제도에 미칠 영향

사실 무의미한 대립이라고 생각한다. 의료비 증가와 의료 사각지대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트럼프나 힐러리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시대적 흐름을 막지 못할 것이다. 단순한 재정 투입과 통제 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두 대선주자의 공약에 의료 분야 비중이 크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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