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아기를 받지 않는 산부인과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도별 산부인과 분만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 병의원 가운데 단 한 번도 아기를 받지 않은 산부인과가 지난 2011년 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 분만 현황 자료에 나타난 병의원 가운데 25%, 이는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 4곳 중 1 곳은 아기를 전혀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출산이 지속되면서 산부인과의원이 존폐 기로에 섰다. 출생아가 줄어들면서 폐업을 하거나 분만을 포기하는 의원이 증가하면서 분만을 할 수 있는 곳마저 줄어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인구와 신생아 수가 적은 지방 소도시에서는 원정 출산을 떠나는 산모가 늘고 있다.
전국의 81개군 중에서 아이가 300명도 태어나지 않은 군은 52곳에 이른다. 시 가운데서는 부산 중구와 강원 태백시가 300명 이하로 나타났다. 신생아수 300명 이하인 곳은 16년새 6.5배나 증가했으며, 올해 연간 신생아 수는 지난해보다 5만여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산부인과 신규 전문의도 줄고 있어 산부인과 진료과목의 존폐 자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분만 관련 보험수가가 너무 저수가이다 보니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도 줄고 있다.
분만에 따르는 노동의 강도와 위험성이 높지만 수가가 낮고 분만사고 시 천문학적인 의료사고 배상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에 분만을 포기하는 산부인과가 늘고 있는 데도 정부의 대책은 전무하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월 20건의 분만을 하면 원가만 따져 평균 월 3000만 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한다. 결국 작은 분만 병의원은 분만실을 폐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료전달체계개선협의체가 마련한 권고문 초안에 입원실을 폐쇄하는 내용이 있었다. 이에 대해 협의체는 병실을 다 없애자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권고안은 기본적인 방향성에 대한 합의로, 여유를 가지고 논의하면서도 국내 의료시스템에서 병상 과잉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병상 수 축소를 계속 고려하고 있다.
정부안대로 소규모 분만병원의 병실을 축소하는 정책을 고수한다면 그나마 남은 소형 분만병원들은 모두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분만을 공공의료로 해결하려는 그동안의 분만 취약지 지원 사업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며 적자만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저출산고령화위원에 분만 관련한 산부인과 의사가 한 명도 없고 노동운동하던 인사들로 채워지는 현실을 보면 답(答)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출산과 관련한 정책 수립에 산부인과의 전문가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인한 출산 난민 증가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하루 빨리 산부인과 전문가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저출산 환경에서 원정 출산까지 떠나야 하는 산모들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