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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고발·손해배상 등 정부 경고에 의료계 '부글부글'
'영남대·분당제생병원 등 빌미 책임 떠넘겨' 반발···'의사들 철수 권고할 수도'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집단감염 차단 및 방역관리를 위해 법적조치 등 강경한 입장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행정명령을 위반한 요양병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감염자 접촉자 명단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분당제생병원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료계의 공분을 사는 모습이다.
감염병 방역 최일선에서 병원과 의료진이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음에도 정부가 의료계에 방역 실패 책임을 떠넘기고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요양병원 등에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이를 위반한 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손실보상 및 재정지원 제한, 추가방역 조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공언했다.
요양병원 등에서 방역관리자 지정, 외부인 출입제한, 유증상자 업무배제, 종사자(간병인)에 대한 발열 등 증상여부 확인 및 기록, 마스크 착용 등을 소홀히 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분당제생병원의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 명단 누락 책임을 물어 감염병예방법 등에 따라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대구의 17세 고3 학생의 코로나 검사 결과를 두고,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영남대병원의 검사 오류를 지적한 데 대해서도 대구의사회 등은 사과를 요구했다.
실제 중대본은 영남대병원의 진단검사 업무중단 이틀 만에 검사재개를 결정했다. 검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에서 '일시적 오염의 문제일 뿐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반발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의료진 희생을 매도하는 정부 조치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나아가 추가행동을 시사하기도 했다.
의협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의료진은 코로나19 감염 위험 속에서도 임상현장을 지키고 있고 의료기관은 휴업과 폐쇄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와중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의료진과 의료기관에게 감염 확산 책임을 돌리고, 형사고발과 손해배상을 운운하는 행태는 도리를 저버리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의협은 "오히려 이제는 스스로 보중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을 권유할 수 밖에 없다"며 "현장에 자원하고 있는 의료인 철수를 권고하고, 국공립 의료기관과 보건소 힘으로 극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민간 의료기관은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오직 내원과 입원환자 및 소속 의료인 보호에 충실토록 권고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앞서 지난 21일 SNS를 통해 “정부 방역 실패와 대응 전략 부실 등의 문제를 의사와 의료진,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해 형사고발까지 하는 게 현재 우리나라의 행정이자 정치”라고 힐난했다.
이어 “경기도는 분당제생병원의 형사고발을 예고했고, 질병관리본부와 대구광역시는 일부 요양병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전염병과 사투 중인 의사에 대한 처벌 협박이 웬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개협은 “의료진은 감염 위험을 각오하고 전쟁을 치르고 있고 그 과정에서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정부·지자체 등에서 협박성 발언이 쏟아져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