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실체가 불분명한 연구카르텔 논란과 연구비 삭감으로 국내 의과학 연구계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한 해를 시작하고 있다.
이와 비견해 미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 연구 효율성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녹아웃(Knock-out) 마우스를 통해 특정 유전자 기능을 알아내는 연구가 국립보건원(NIH) 과제에서 탈락된 것을 반성하며 도전연구를 만들어냈다
또 혁신적인 연구에 투자로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한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수술로봇 대명사인 다빈치나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활약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등에 투자해 이를 산업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2022년에 이를 의료에 적용하기 위해 약 6조5000억원 예산으로 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을 설립하는 등 지속적으로 연구 시스템을 혁신하고 있다. 연구시스템은 이처럼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바이오 기술 혁명 등에 힘입어 의료분야에도 세계적으로 신의료기술 개발과 적용 경쟁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동참해 대형 국책과제를 기획, 관련 연구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에 인공지능(AI) 등을 위시해 신의료기술 관련 수백억원대의 대형 국책과제들이 잇따라 발표됐다.
다만 이런 사안에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국제과제들이 컨소시엄 형태로만 신청받고 이 중 대부분 한 개 컨소시엄만 선정돼 연구비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기획 의도는 아마 세부 연구 간에 상호운영 및 통합을 하라는 뜻일 것이다.
"연구계획 부실해지고, 선정 후 경쟁 컨소시엄 몰락 등 대형 국책과제 부작용 드러나"
"소수 컨소시엄만 대형 국책과제 참여, 연구 다양성과 기회 공정성 제한"
하지만 우리나라 여건상 예산 집행 등의 이유로 짧은 시간에 대형 컨소시엄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주관 기관인 대형병원 또는 대학 네트워크에 컨소시엄들이 종속되고 있다.
따라서 연구 계획이 부실해지고, 선정 후 경쟁 컨소시엄이 몰락하는 등 대형 국책과제가 수행될수록 연구생태계가 독점화되는 폐해가 뒤따르고 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작은 연구 생태계로 인한 건강하지 못한 획일성 문제를 증폭시킨다.
연구는 그 자체로서 다양성을 요구하며, 경쟁과 협력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의료연구는 국민 건강뿐 아니라 미래 산업적인 관점에서 이런 다양성이 더욱 강조된다.
이런 상황에 현재의 소수 컨소시엄만 대형 국책과제에 참여하는 것은 연구 다양성과 기회 공정성을 제한한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 연구자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우리나라 연구역량을 저해하고, 독창성과 질(質)을 저하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세계적으로 경쟁하면서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 작금의 시기에 이렇게 중요한 사안이 고려되지 않고, 우리나라 명운을 가를수 있는 대형 국책과제가 기획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과제를 선정할 때 연구자 간 통합이 필요하다면, 이를 과제 제안서에 성과 목표로 명확하게 제시하고, 컨소시엄 간 경쟁을 하게 해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해결책이다.
앞으로 대형과제를 기획할 때 정부나 기획자들은 연구 생태계 건전성과 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연구시스템 갖춰 대한민국 연구 생태계가 건전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과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
또한 이제는 개별 연구자 경쟁력 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연구시스템 간 효율성 경쟁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