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전세계가 고령화시대다. 2021년 기준 전세계 65세 이상 인구는 약 7억61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현재 지구 인류 10명 중 1명은 노인인 셈이다.
특히 80세 이상 노인 수는 1억5500만명에 달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인구 증가세가 천천히 멈추고, 전세계적인 인구 구조 전체가 지속적으로 고령화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고령화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인 만큼 사회경제적 측면 모두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성장 방식이 필수적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드는 우리나라는 이런 글로벌 고령화의 트렌드를 더욱 기민하게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재 글로벌 고령화 현상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고,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나이들어가는 전세계 흐름에서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일까?
2030년 중반부터 80세 이상 인구, 1세 이하 인구 추월
유엔(UN)이 올 7월 발표한 '2024년 인구전망 보고서'에는 고령화 현상과 관련한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2030년대 중반부터는 전세계 80세 이상 인구가 2억6500만명을 기록하면서 1세 이하 유아 인구 수를 추월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노년 연령대 기준을 낮춰보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보고서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2050년경 16억명, 2070년대 후반에는 22억명에 이르고, 인구 수가 정점(103억명)에 달하는 2080년경이 되면 18세 미만 인구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2030년까지 전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60세 이상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한 마디로 지구는 '노인의 행성'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고령화 현상이 유럽, 북아메리카, 동아시아 등 주로 빠른 성장을 이룩해온 선진국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의학 발달로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선진국 중심으로 인구 구조 내 노인 비율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2022년 기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7.13%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영국은 19.17%에 달했다. 고령화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의 경우 29% 이상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총무성은 사상 처음으로 일본 내 80세 이상 고령 인구가 10명 중 1명 이상을 기록하는 등 고령자의 고령화 현상이 심화했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3.72%에 달하고 있는데 60세 이상으로 그 기준을 낮춰보면 2023년말 기준 노인 인구가 중국에서만 2억9000만명을 넘어선다.
고령화는 선진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UN이 지정한 최빈국(LDCs)들은 아직까지는 대체로 젊은 연령대가 많은 인구 구조를 지니고 있으나, 이들 역시 2050년까지 노인인구 비율이 크게 증가하면서 금세기 후반부터 인구고령화 가속 현상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지구상 모든 나라가 늙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정책 추진 중이고 현실적 과제는 '복지 재정'
인구 감소와 고령화 거대한 흐름을 바꿀 수 없다면, 이를 받아들이고 우리 사회에 알맞은 방향으로 적응시켜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 정부에서는 시니어 복지, 고용 분야의 다양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부양해야 하거나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인구는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 실현을 위한 복지 재정의 활용은 많은 나라에서 큰 고민거리다. 한정된 재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복지와 성장 기로에서 국가 운영 방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고령화시대를 맞이하는 각국 정부가 복지 정책 수립 외에도 꾸준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 바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년층 빈곤율 문제 해결이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노인빈곤율은 14.2%로 추산된다. 대략 100명 중 14명의 노인들이 가난한 노년을 겪는다는 뜻이다. 노인빈곤율이 높을수록 노년 삶의 질은 하락하고, 사회 사각지대가 커짐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어느 연령대에게나 마찬가지이지만, 지속적 소득원의 확보는 노년에 있어 특히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직업을 가진 고령자는 스스로의 건강상태 및 스트레스 수준을 비취업 고령자 대비 긍정적으로 여기게 된다.
한국도 우리 사회에 알맞은 방향으로 적응하는 노력 필요
오늘날처럼 각 나라별 생활양식이 비슷해지고 있는 글로벌 사회에서는 고령화 정책 역시 세계적 흐름에 결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각 나라별 고령화 대책은 대체로 '노년기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을 공통적인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형 고령화 대책을 찾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압축적인 고령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기대수명도 유례없이 늘어남에 따라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고령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05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한 후, 5년 단위로 관련 계획을 수립 및 시행해오고 있다. 현재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 단계를 거치고 있다.
특히 고령화 부문에 있어서는 건강한 고령사회 구축을 위해 고령자의 주도적 역할을 지원하는 한편, 기본적 삶에 대한 국가 책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계획이 구성돼 있다. 아직까지 재정적 노후 대비가 취약한 국민이 많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국내 노인의 소득 현황은 다소 불안한 상황에 처해있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 중 노후 준비가 됐거나 준비 중인 인구의 비중은 절반 수준인 48.6%다.
재정적 부담이 고령층을 압박한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소비와 저축이 자유로운 '근로 소득'을 메인으로 볼 경우 노인 빈곤율 역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40.4%에 달한다.
물론 지표 한계는 있다. 주택 등 부동산을 포함한 보유 자산을 반영할 경우 빈곤율 수치는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꾸준한 소득원이 없는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재정적 불안감을 겪기 쉬운 상황에 놓이기 쉽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고령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위기감을 느끼는 노인들은 적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고령화 현상은 단순히 나쁘기만 한 일은 아니다. 의학과 과학 발전으로 보다 '오래 살 수 있게 된 것'은 인류 진화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늘어난 노인들이 사회에서 더욱 활기차게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하고, 경제적으로 이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꾸준히 찾아내는 것이 고령화 현상을 보다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국내는 유례없이 빠른 초고령화로 인해 많은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초고령화 단계에 진입한 유럽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고, 우리에게 맞는 인사이트와 대응책을 찾아낼 수 있다면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도 그리 두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