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병) 언론 보도, 의료적 관점 등 새로운 접근 필요"
허양임 교수(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2024.09.30 04:52 댓글쓰기

비만병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건강 문제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비만을 다루는 방식이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거나, 부정적이고 경멸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비만연맹(World Obesity Federation)에서 여러 나라 언론 보도를 분석했는데, "게으르다", "책임감이 없다" 같은 부정적인 시각이 자주 등장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개선할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언론에서 "게으르다", "의지가 약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면, 비만을 단순히 개인 문제로 치부하게 된다. 하지만 비만은 유전, 환경,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이런 낙인은 비만인들이 의료 서비스 이용을 꺼리게 만들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자살 충동, 우울증, 사회적 고립 같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비만을 단순히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해서 생기는 문제"로 보는 시각은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이다. 비만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그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디어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비만의 복합적인 원인을 반영한 보도를 해야 한다.


비만병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 제시


▲중립적인 표현 사용: 부정적이거나 경멸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뚱뚱하다', '뚱보' 같은 표현 대신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사람을 우선하는 언어 사용: '비만인', '비만 환자' 같은 표현 대신 '비만병을 진단받은 사람'이라는 식으로 사람을 우선하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부정적인 선입견 확산 방지: '운동하지 않는다', '건강하게 먹지 않는다' 같은 표현은 체중과 능력, 성격을 연결시키는 부정적 선입견을 조장할 수 있으니 피해야 한다. 필요하지 않다면 체중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확한 의학 용어 사용: '고도비만'보다는 '체질량 지수(BMI) 25 이상'처럼 의학적 기준을 바탕으로 설명해야 한다. 비만 원인과 관련해서도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는 표현은 피해야 한다.


미디어 역할과 책임


언론은 비만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디어가 올바른 표현과 보도 방식을 채택하면, 비만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의지를 가질 수 있고, 비만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질병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비만병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을 없애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사용하는 언어와 표현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세계비만학회와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적 낙인을 줄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미디어도 비만병에 대한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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