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실 도외시한 의료정책 남발"
조용진 서울 강서구의사회장
2024.09.12 15:57 댓글쓰기

[특별기고] 지난 1942년 베버리지 보고서의 이념 '사회 전체 일원에 대해 포괄적인 보건 및 재활서비스 제공'과 1883년 비스마르크의 보험재정 모델을 근간으로 대한민국은 1963년 의료보험법을 도입한 이래로 눈부신 발전을 이뤄내었다.


국가적 리더십 실종, 의료계 목소리는 '현장에 답(答)' 있다 


서구 유럽에서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당시 최고 선진국이었던 영국과 독일은 사회보장제도의 첫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한국은 1950년 6.25 전후 최빈국 지위에서 원조를 받던 나라였으나 지도자 혜안으로 과감히 의료보험법을 도입, 발전시켜 백년지대계 의료의 초석을 놓았다. 관(官) 주도 사회보장 이념과 민간 주도 공급체계가 비빔밥처럼 절묘하게 버무러져 세계가 감탄하는 세계 최고의 성과를 자랑하는 K-의료를 61년이라는 단시간에 이뤄냈다.   


1963년 104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을 넘어 2023년 3만6,194달러로 348배 이상 경제 성장을 이뤄내며 라인강의 기적을 뛰어넘은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기간 경제 성장과 발맞추어 OECD 평균 수준의 총의료비 지출로도 대한민국 보건의료는 아동 사망률 세계 최저수준 달성 등 세계 최고의 보건의료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급성장한 경제 성과 이면에 과도한 경쟁사회 스트레스가 도사리고 있듯이, 급성장한 K-의료 이면에는 기피과 사안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었다.


장기간 저수가체제 부작용‧의사 주장 배제된 정부 의료정책 수립과 실행


기피과 문제 핵심은 61년동안 지속된 저수가체제의 부작용과 함께 최근 의사들 및 의료기관을 상당히 압박하는 사법리스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전문가인 의사의 주도적 설계와 결정이 불가능한 정부 의료정책 수립과 실행의 구조적 결함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어떤 분야를 국가적으로 개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과 실행 및 제도 개선에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합리적인 정책들이 입안, 실행되고 개선되는 과정이 정상적인 수순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고도로 중앙집권적인 정치 및 행정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경제발전에 집중하느라 보건 및 기타 사회 정책 문제를 소홀히 한 결과, 국민건강보험 초기에 도입된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낮게 책정된 의료수가는 의료계의 지속적인 개선 요청에도 무관심속에 방치돼 오늘의 답답하고 풀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다.


변호사 증가→의료소송 폭증→필수의료를 기피과로 전락시키는 사회적 문제 초래


또한 지난 2009년 도입된 로스쿨제도는 2022년에 이르러 변호사 수 2배 및 법률시장 2배 증가, 그리고 의료소송 폭증을 초래해서 소위 필수의료 기피라는 사회적 문제를 촉발해 현재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유럽 의료선진국들은 의료소송 남발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 하에 최소한의 법(法) 적용을 원칙으로 한다. 실례로 의료에 대한 사법체계 기틀을 발전시켜온 결과, 캐나다는 지난 100년 동안 단 15건만 형사 기소됐으며 이중 1건의 형사처벌 만 이뤄졌다.


한국은 최근 5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의사가 연평균 754.8명, 매일 3명, 영국의 580.6배, 일본의 14.7배에 이른다.(의협신문 2023.10.30.)


장기간의 교육과정과 보다 나은 치료 결과를 위한 경험 축적이 필요한 점, 평생을 바쳐 업(業)을 수행해야 하는 의사 직업 특성상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의대생이나 젊은의사들은 혹시 모를 숨은 암초가 있을지 극도로 예민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국가 사회보장의 핵심 중 하나인 보건의료 정책 입안 및 집행 과정에 의료전문가인 의사들이 주도적인 것을 차치해도 주체적인 참여가 불가능한 현실도 참담하다. 오랜기간 비전문가와 관료 중심의 의료정책 결정 구조로 인해 왜곡된 진료 현장이 방치되고 심화시키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여기에 고령화 여파로 환자군 비율이 증가하고 의료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할 수 있으나, 주로 만성질환 영역이라 실질적 의료공급 부족은 초래되지 않고 오히려 총인구 수 감소로 집중적인 치료를 요하는 의료수요 감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의사 안늘려도 의사 수 급증해 2028년 'OECD 최다'


특히 짚어볼 대목이 있다. 우리나라는 의사를 안 늘려도 의사 수가 급증해 2028년 OECD 최다수준이 되고, 의사 수를 늘리면 의료비 지출 증가 원인이라는 건보공단 분석도 있다.


단일국가보험, 저수가, 영리추구 금지(1인 1개소법등)에도 불구하고 국민 건강 수호만을 바라보며 질병과의 최전선을 사수해온 의사들은 국가공익사업의 민간 공급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2년(제1회 변호사시험)부터 폭증한 의료분쟁을 포함한 의료사고 관련 사법리스크 여파로 필수의료 기피과 문제가 발생, 시간이 갈수록 해법을 못찾고 어려움이 가중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현실이 됐다.


한국은 눈부신 경제 성장과 국민건강 상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역사 이래 최정점의 순간에 반대의 이면에서는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을 비롯해 국민 정신건강 피폐, 자살률 세계 최고라는 미래 불안 요소를 잉태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의료현실을 무시한 비합리적인 과격한 2000명 의대 정원 확대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 이탈을 초래시켜 현재는 물론 미래의료를 파괴시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의사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재와 미래에 초래될 의료공백과 왜곡 심화에 깊은 우려와 슬픔을 금할 수 없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권리가 있으므로 이 모든 의료대란 원인이 된 과격한 의대 정원 확대 결정이 이제라도 철회되길 바란다.


법조계는 인문학 최고 지성단체로 사회정의 실현에 매진해온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그러나 최근 의료에 대한 과도한 사법 리스크는 단기적인 의사에 대한 사회정의 실현(단죄)이 장기적인 국민건강 수호라는 공익을 침식해 들어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근래들어서는 기피과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 국민건강 핵심 위협 요소로 지목, 사회보장 최고의 핵심가치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의료를 향한 법의 칼날을 거두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국민 화합과 협력을 도모하기는 커녕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부추기는 왜곡된 정쟁의 길을 걷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 바라오니 부디 내일 먹을 한 톨의 쌀이 없더라도 오늘 편안히 잘 수 있는 소통과 협력과 상생의 정치를 펼쳐 밝고 희망찬 내일의 대한민국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선진화에 역행한 비용억제 저수가정책, 의료 한단계 더 발전할 골든타임 실기


정부는 대한민국 근대화와 선진화의 살아있는 동력으로 이끌어온 노고를 치하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의료분야에 있어서는 비용억제적인 정책을 고수, 변화된 경제력에 걸맞지 않은 시대에 뒤떨어진 의료수가 정책으로 한국 의료가 한 단계 더 발전할 골든타임을 놓친 과오가 있다.


이제라도 저수가로 인해 대한민국 의료가 더 이상 왜곡된 길을 걷지 않도록 과감한 투자를 해주기를 바란다. 이는 국가 최고 가치인 국민건강 수호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또한 의료전문가인 의사들이 의료정책 입안과정과 집행에 주도적, 주체적으로 참여할 구조를 만들어 더 이상 의료가 왜곡된 길로 나아가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환자단체 및 국민 여러분들에게도 호소한다. 좋아지지 못 한 치료 결과로 고통 받는 환자와 보호자들 고통과 슬픔과 분노는 마땅히 함께 나눠져야 할 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해 실수를 할 수 있는 전공의나 의사들도 평생을 바쳐 환자를 구할 명의(名醫)로 숙련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허나 만연한 의료소송은 환자와 의사 신뢰관계를 무너뜨리고, 다시 기피과 문제로 확대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핵심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부디 국민들은 의사를 향하는 의료소송을 멈춰 줬으면 한다. 눈부신 경제성장 그늘에서 신음하는 국민 곁에 의사는 항상 함께 했다. 메르스나 코로나19로 개인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에도 환자 곁을 떠나지 않았던 국민들의 동지이자 이웃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지혜 발휘해 전문가가 이끄는 올바른 의료개혁 길로 나아가길 희망


마지막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곡히 바란다. 의료는 백년지대계라 할만한 국가 최고 가치다. 국가 권력의 주체인 국민 건강을 6개월간이나 방치한 것은 이민족의 침입인 전쟁 상황도 아니고 의사들이 이기적인 이익을 위해 먼저 시작한 것도 아닌 멀쩡히 공부 잘하고 일잘하던 우리 젊은이들을 쫓아낸 것은 역사이래 초유의 사태이다.


병졸을 사지로 내모는 지휘관은 승리할 수 없고,병졸이 이탈하는 부대는 존재할 수 없다. 윤대통령은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병사들의 사정은 살피지않고, 불법 졸속 밀실에서 비합리적이고 실행 불가능한 명령만 내리면서 멀쩡한 군대를 와해시키려하는가.


그 부대는 찬란히 성장한 대한민국 경제와 함께 국민들을 지켜온 K-의료이고, 이제 저수가와 사법리스크를 뛰어넘어 세계 최고 K-의료를 내부에서부터 파괴시키는 대통령발 의료농단에 지나지 않는다.


젊고 현명한 미래의료 일군들은 불합리한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고, 의사로서의 양심과 책임을 무기로 모든 역경을 극복해 대통령님이 잘못된 명령을 철회하는 그 날  국민건강 수호 최전선으로 달려나올 것이다.


부디 이제라도 중요한 것은 실행 불가능한 명령과 지휘가 아니라 병사의 곪은 성처를 살펴주는 지혜를 발휘하여 전문가가 이끄는 올바른 의료개혁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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