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붕괴 원인 4가지, 해결 방안 4가지"
김익용 교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외과)
2024.06.02 21:53 댓글쓰기

[특별기고] 우리나라 필수의료 분야가 붕괴된 가장 직접적인 첫번째 요인은 낮은 수가다. 우리나라 의료수가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볼 때 48정도로 OECD 국가들의 평균인 72에도 훨씬 못미친다. 


2017년 기준 자연분만 수가는 미국이 1만200달러고 한국은 1040달러에 불과하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드러났듯이 뇌(腦) 혈종 제거를 위한 개두술도 약 142만원에 불과, 일본의 662만 원과 비교하면 5분의 1이 조금 안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


둘째,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나 분쟁으로 인한 민형사상 부담이 매우 크다. 최근 우리나라는 의료인이 악의적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선의에 의한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의료인을 법정구속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책임보험, 조정중재, 합의, 형사처벌 특례조항 등 비형사적 구제 방법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중환자나 응급의료분야 대신 미용피부도수치료 같은 소송 위험이 적은 분야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셋째,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역학적 변화에 따른 의사인력 수급 불균형도 문제다. 저출산 문제는 오래 전부터 예견되고 있었음에도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 분야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미흡했다. 


인구 감소 지역에 대한 필수분야 의사 배치나 전체 전공의 인력 수급 계획을 마련할 때 인구 역학적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의사 수급 불균형이 초래됐고 현재는 가히 해결책을 찾기 힘들정도로 심화됐다.


넷째, 최근 사회 전반의 워라밸 추구 흐름도 영향을 끼친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신세대 젊은의사들은 공동체를 위해 묵묵히 희생을 감수한 선배 세대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전공의 인기과목도 힘들고 위험한 수술을 하는 필수분야는 지원자가 점점 줄어들고, 업무 부담이 적고 편한 전문과목으로 지원이 몰린다. 


뿐만 아니라 의사를 천직으로 여기는 풍조도 사라진 지 오래며 본 캐릭터(본캐)인 의사 생활 이외 또 다른 부캐릭터(부캐)를 추구하거나 때로는 '내과 박원장'으로 유명해진 의사 출신 웹툰 작가처럼 부캐가 본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복합적인 만큼 해결 방법도 간단치 않기에 분명한 원칙에 따라 단계적이고 때론 과감한 지원이 뒷받침되는 해법이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수의료 중심 외과 소생 위한 4가지 제언 


필수의료 분야인 외과 중요성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분야에서 의사 부족은 국민들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외과분야에서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 소생을 위한 몇 가지 중요한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고 이러한 노력과 정책 수립을 통해 소멸해가는 필수의료 중심인 외과 분야를 소생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와 함께 범위에 대한 개념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 필수의료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개념도 없는데 당장 눈앞에 드러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어물쩍 넘어가면 필수의료 문제는 지속적으로 대두될 것이다.


둘째, 필수의료 살리기는 진료과목이 아닌 진료 행위, 질환, 의학적 상황 등을 중심으로 다루어야 한다. 자칫 필수의료 논의를 비인기과목 살리기나, 단지 수가 보전 차원에서 접근하면 필수의료 문제 해법은 늪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응급 상황에서의 외과 의료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응급 상황에서의 빠른 대응과 효과적인 치료는 환자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또 의료인력 분산과 공급을 개선해 지방에서도 고품질 외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의료 정책의 재조정과 지원이 필요한 과제다.


전공의 양성 과정과 의료 교육환경을 개선하여 외과 전문의를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정부와 의료교육 기관, 의사 단체와의 절대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국민들 인식과 이해를 높이고 필수의료 분야인 외과 중요성을 인지하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언론도 국민들이 외과 의료서비스 중요성을 이해하고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우리나라 보건의료 인프라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민간의료기관이 이미 공공의료를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는 식으로 접근하게 되면 논의는 산으로 간다. 


수년 전 우리나라에 코로나바이러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했을 때 전국 의료기관들이 진료에 나서면서 진료조차 받지 못하고 사망자가 속출한 일부 OECD 국가들과 달리 매우 효율적으로 대응한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필수의료 붕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각종 원인에 대해 논의할 사회적 장(場)을 만들어야 한다. 저수가 및 의료분쟁, 인구역학적 변화와 같은 문제들은 결코 쉽지 않은 사안들이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정부, 의료계, 국민들이 지속해서 함께 하는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들어서 이번에야 말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장 토론을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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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질이 06.0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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