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확고했다
. 사업체를 영위하는 경영자라면 으레 수익에 좇기 마련이지만 그는
‘돈
’이 아닌
‘가치
’에 방점을 뒀다
. 집도의들이 최적의 술기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토대를 마련한다는 사명감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 초심을 유지해 온 세월이
20년이다
. 물론 대형 다국적 기업들이 이미 선점하고 있던 시장에서 사명감만으로 버티기가 녹록치는 않았다
. 하지만
‘가치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는 신념으로 수 많은 난관을 헤쳐왔다
. 그의 진심을 인정하는 서전
(surgeon)들이 늘면서 이제 전국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이 그와 거래하고 있다
. 수술장비 및 수술기구 전문업체 메디파인을 이끌고 있는 이권용 대표는
“환자 생명을 살리는 수술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이 지금의 결실로 이어졌다
”고 술회했다
.
“Better Patient Care”
그의 집무실 곳곳에는 ‘Better Patient Care’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환자에게 보다 나은 치료법을 제공하겠다는 이권용 대표의 신념과 철학의 발로다.
수술을 통해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의사들이지만 그들이 최적의 술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소신이다.
“내부모, 내자식이 수술대에 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늘 업무에 임합니다. 때문에 보다 나은 제품이 수술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할 수 밖에 없어요.”
실제 그의 신제품 선택은 수술장비 업계에서도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마진’ 보다 ‘효과’가 좋은 제품이 철칙이다.
기존 수술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낼 수만 있다면 마진은 중요치 않다. 쉬운 길 놔두고 어렵게 간다는 지적도 숱하게 받았지만 동요하지 않았다.
의사들이 원하고 환자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찾기 위해 고된 여정도 마다하지 않는 그다. 해외에서 열리는 수술장비 관련 박람회장을 매번 꼼꼼히 훑는다.
제품 발굴뿐만 아니라 의사들의 술기 발전에도 여간 공을 들이는 게 아니다.
각 수술 관련 학회들과 함께 해외 수술 권위자들을 초청해 국내 의료진에게 술기를 전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한편 국내 의사들의 해외병원 교육도 주선한다.
물론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의 학술교류 지원이 원칙이다.
“국내 의료진에게 새로운 수술기법 등을 소개하고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들에게 더 좋은 치료결과를 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수술방식은 보수적, 수술장비는 진보적”
사업 초반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변화에 대한 의사들의 보수적 성향이었다.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 충분히 검증된 수술을 고집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당연히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인 만큼 수술방식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수적이어야 한다는 부분에 이견을 제기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동일한 수술이더라도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장비가 있음에도 이를 무조건 터부시 하는 모습에 여간 안타까웠던 게 아니다.
의학서적에 등장하고, 전공의 시절부터 다뤘던 익숙한 장비를 선호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지만 환자를 위한 최상의 선택인지는 늘 의문부호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술장비나 기구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술현장을 보면 무척 속상합니다. 보다 좋은 수술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말이죠.”
“수술방식은 보수적이어야 하지만 수술장비는 진보적일 필요가 있어요. 익숙함을 싫어할 사람은 없지만 새로움을 통해 치료결과를 향상시키려는 진취적 성향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메디파인은 진취적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덴마크, 미국, 호주 등 해외기업들의 선진 수술장비를 도입하는 한편 자체개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들 제품 중에는 의료진이 직접 요청하는 경우도 적잖고, 이권용 대표가 직접 발품을 팔아 득템한 경우도 다반사다.
“최근 수술장비에 진보적 성향을 갖는 서전들이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에요. 더 좋은 수술결과를 낼 수 있는 장비가 제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요즘 수술은 집도의의 손기술 만큼이나 장비도 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수술효과 극대화를 위해 간과해서는 안될 필요조건인 셈이죠.”
“서전(surgeon) 홀대문화 개선 시급”
1993년 의료장비 공급업체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권용 대표는 2000년 10월 메디파인 설립 후 지금까지 총 27년 동안 서전(surgeon)들을 상대했다.
이 기간동안 그가 만난 외과의사들이 수 천명에 달한다. 그만큼 그들의 삶 가까이서 호흡했고, 애환과 고충도 느낄 수 있었다.
“대한민국 외과의사들의 수술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세계에서 단연 으뜸입니다. 뛰어난 술기 못지않게 연구력 역시 탁월하죠.”
“하지만 애환도 있습니다.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내면은 여간 고단한 게 아닙니다. 무엇보다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역할에 대한 사회적 홀대에 자괴감이 큰 것 같아요.”
이권용 대표는 외과 전공의 기근현상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을 개탄했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후학 양성에 대한 걱정이 큰 것 같아요. 외과나 흉부외과 등 수술 분야 전문과목 지원자가 없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죠.”
“작금의 현상은 외과의사 홀대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지나치게 인색한 제도권의 보상기전은 젊은의사들이 외과를 기피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어요.”
그는 외과의사에 대한 적정보상 외에도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적어도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수술방에 들어갈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사회가 서전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존경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술방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역할과 노력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