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엄연한 대한민국의 경제 주체다'
김준한 병원장(더본병원)
2020.07.07 11:11 댓글쓰기

[특별기고] 잠잠해져 가던 코로나19는 스텔스 폭격기처럼 감염 경로도 모르는  감염자를 확산 시키고 있다.


고령자를 제외한 치사율이 높지 않아 다행이지만 역으로 이러한 점 때문에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지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메르스 아픔을 겪은 삼성서울병원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수술실 간호사 확진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인이 확진될 경우는 일반 사회에서 감염자가 나온 경우와는 차원이 달라진다.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의 환자군과 밀접 접촉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치사율이 높아진다.


이럴 경우 병원은 전체 의료진 및 환자 관리를 위해 확진된 의료진 격리뿐 아니라 병원 전체가 진료중단을 포함한 코호트 격리를 해야한다.


코로나19에 의해 너무 많은 직종과 직군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 등 사람을 상대하는 업종은 경제적인 타격이 심하고, 종업원들 또한 실업 상태로 내몰려 사회 전체적으로도 경제적 난국이 형성되는 것 같다.

"의료기관 폐업률 높아지고 중소병원들은 실제로 매우 힘든 상황"


대한민국의 모든 자영업자들이 힘든 상황에서 의료계 만을 위한 손실보상 요구는 자칫 부자들의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일반 국민들은 여전히 의료인을 경제적 어려움과는 거리가 먼 직종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의료계 폐업률이 서울 수도권에서는 연간 10%를 기록하고, 금융권에서 의료계 신용을 D등급으로 책정해 대출시 고율의 이자가 적용된다.


대형병원을 제외한 100병상 전후 중소병원의 경우 직원 퇴직금 적립은 생각지도 못하고 매달 임금과 유지비 보존에도 빠듯한 실정이다.


또한 병원 설립시 공사비, 고가의 의료장비 등 초기 투자비용과 이자,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임대료, 인건비까지 감내가 힘든 지경이다.


하지만 의료계 사정은 무시한 건강보험 수가를 정부와 시민단체의 다수결로 책정되는 결정구조. 이러한 부분까지 고려하면 맨 정신으로 하루 하루 지내기도 버겁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의료인으로서 뿌듯한 사례가 많았다. 대구‧경북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 수준으로 힘들 때 전국 의료인들이 자원해 의료체계를 유지하고 환자 치료에 혼신을 다했다.

"중소병원을 기업체로 인식해서 정책적 지원 방안 등 절실"


정부와 국민들은 의료계가 비용과 수가를 거론하면 어떻게 환자를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냐는 비난의 눈초리를 보낸다.


물론 직업적으로 보다 높은 윤리적 책임과 사명감은 있어야 하지만 병원도 하나의 경제적 주체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의료계를 위해 정부는 8000억원 이상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의료계 전체로 보면 극히 미약하다.


중소벤처 기금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의료계는 가장 고용효과가 크고 연관된 의료 산업으로의 파급효과도 크다. 이런 의료산업이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고용인만 대마불사처럼 정책적 지원을 고려할 게 아니라 중소병원 전체를 하나의 기업으로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 환자는 국가와 지자체에서 무상으로 치료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병원과 의료계에 직접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2차 피해에 대해서는 4대 보험료 등의 세금 감면과 중기부, 산자부 등의 정책자금을 의료계도 신청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도움이 절실하다.


의료는 인공지능(AI)이 할 수 없는 인간의 감성과 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휴머니즘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의료계에도 달라진 시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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