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의약품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의 결정에 국내사들은 한순간 판권을 잃게 된다. 신약을 보유하지 못한 국내사 경쟁력의 맹점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사의 반격이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다국적제약사가 국내 판권을 회수해 ‘울며 겨자먹기’로 출시한 제네릭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 데이터 유비스트에 따르면 1분기 CJ헬스케어의 천식치료제 루키오는 원외처방액 22억56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루키오는 연간 국내 시장에서 300억원 이상의 처방액을 기록하는 MSD ‘싱귤레어’ 제네릭 의약품이다.
앞서 CJ헬스케어는 싱귤레어의 위임형 제네릭 루케어 판권을 갖고 2015년 130억1200만원의 원외처방액을 달성하는 성공신화를 썼다. 그런데 지난해 3월 MSD가 돌연 루케어 판권 재계약 협상을 중단했다.
이에 CJ헬스케어가 싱귤레어 제네릭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 놓은 것이 루키오다. CJ헬스케어는 루키오의 제품군과 약가를 루케어와 동일하게 맞추고 시장에 나섰다.
지난해 8월~12월 루키오는 21억9500만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고 루케어는 전년 대비 31억9900만원 줄어든 98억1300만원을 기록했다. 루케어의 원외처방액을 고스란히 가져온 것이다.
올해 1분기에도 루케어 원외처방액의 상당부분이 루키오로 이동했다. 루케어 1분기 원외처방액은 4억40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억6800만원 줄었다. 이 기간 루키오는 22억5600만원을 기록했다.
CJ헬스케어가 루케어를 블록버스터 제네릭 의약품으로 육성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루키오를 빠르게 시장에 안착시키고 있는 것이다. 올해 루키오 원외처방액은 1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바이오는 지난해 1월 대표 캐시카우 의약품인 ‘글리아티린’의 국내 판권을 잃었다. 제조사인 이탈파마코가 국내 판권을 종근당에 넘긴 것이다.
이에 대웅바이오는 글리아티린의 제네릭 ‘글리아타민’을 출시했다. 기존 글리아티린 영업망을 이용해 제네릭으로의 교체를 노린 것이다.
현재까지 대웅의 전략은 성공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1분기 글리아타민은 140억4100만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9.22% 증가한 액수다.
같은 기간 종근당 글리아티린은 9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글리아타민이 오리지널을 넘어선 제네릭이 된 것이다.
유한양행도 판권 중지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 출시한 제네릭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MSD의 알레르기비염 치료제 ‘나조넥스’를 판매해왔다. 지난해 종근당으로 판권이 넘어가자 유한양행은 제네릭 제품인 ‘나자케어’를 선보였다.
지난 1분기 나자케어는 8억3100만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이는 오리지널인 나조넥스(16억9800만원)을 맹추격하고 있다. 이 기간 나조넥스는 전년 대비 28.94%의 매출이 감소했다. 나자케어가 1월 출시된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속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다국적 제약사 결정에 한순간 판권을 잃게 된다. 하지만 그간 다져놓은 영업망을 이용해 기존의 처방액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 1분기라 연말까지 매출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국내사가 반격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