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규모 재정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요건을 강화하면서 광주의료원과 울산의료원 설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자의적인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하고 사후 평가도 내실화하는 내용을 담은 제도 개편 방안을 의결했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5년간 예타 면제 규모가 급증해 재정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은 총 149개로, 이명박 정부(90개)와 박근혜 정부(94개)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면제 사업 규모도 문재인 정부는 120조1000억원으로 이명박 정부(61조1000억원), 박근혜 정부(25조원)의 곱절을 훌쩍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남발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지난해 12월 대전과 진주, 서부산 등 3곳의 공공의료원 설립 또한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정부는 우선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해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우선 면제요건 구체화를 위해 사업규모・사업비 등의 세부산출 근거가 있고, 재원조달・운영계획, 정책효과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사업만을 예타 면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예타 면제를 해준 경우 사후 관리를 통해 사업계획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여부 또한 점검한다.
현재 국가정책적 필요에 따라 예타 면제된 사업에 한해서만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를 다른 사유로 면제된 사업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정부의 예타면제를 기다리고 있던 광주의료원과 울산의료원 설립은 안개 속으로 빠질 전망이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지방의료원이 없거나 설립계획이 승인되지 않은 곳은 2곳뿐이다.
울산시와 광주시는 지난해 기획재정부에 공공의료원 건립 사업계획서와 예타면제 요구서를 제출했으나,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예타면제 불가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울산시의원들이 주축이 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특별위원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의료원 건립 타당성 재조사를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광주시 또한 의료원 부지까지 선정하며 설립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타당성 재조사 등이 진행되며 부지값이 오르는 등 산 넘어 산인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예타 제도 자체의 신속성과 유연성은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평균 1년 넘게 걸리는 예타 절차가 사업 추진을 더디게 한다는 지적에 대상 선정 1개월, 조사 기간 3개월 등 총 4개월을 단축하는 신속 예타 절차를 도입한다.
일반 예타 사업도 총 조사기간이 최대 1년 6개월, 철도는 2년을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한다.
경제성(B/C) 분석에 반영하는 편익은 확대했다. 의료시설의 경우 ▲대규모 감염병 관리효과 ▲초기 집중재활치료를 통한 재원일수 감소효과 ▲지역서회 보건사업 추진효과 ▲특수질환군 전문치료센터 운영에 따른 환자의 사회복귀 개선효과 ▲의료인력 대상 첨단시뮬레이션 중심 맞춤형 교육 효과 등이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