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공공의료 확충·강화' 환영과 우려
최선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인천재능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2022.08.15 19:54 댓글쓰기

서울시는 지난 5월 취약 계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취약계층 공공의료인프라 확충’ ‘취약계층 공공의료서비스 강화’ ‘민관 공공의료협력체계 마련’ 등 3개 분야, 9개 사업에 2026년까지 총 6120억 원을 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사업은 서초구 원지동에 서울형 공공병원을 건립해 위기 상황에서 위기 대응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기고, 서남권에 장애인 치과병원 추가 건립, 보라매병원 내에 ‘안심호흡기 전문센터’를 조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서남병원 종합병원 기능 강화 및 은평병원 현대화, 서북 병원은 결핵 환자 지원과 치매 어르신 특화병원으로, 북부병원은 호스피스와 노인전문 재활요양병원으로, 동부병원은 노숙인 등 취약 계층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특화해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은 인구 1000명 당 공공병상 비율이 0.86%로, 전국 평균(1.24%)을 한참 밑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고 기능을 확대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그런 점에서 적극적으로 재원을 확보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표방하는 ‘취약 계층을 위한 서울형 공공의료’에 있어 몇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공공의료는 취약계층과 위기 상황만 위한 것 아닌 사회 구성원 전체에 필요"


첫째로 공공의료는 취약계층과 위기 상황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공공성이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해당되는 개념이다. 


‘취약 계층 고품질 공공의료’라는 표현은 자칫 잘못하면 공공성과 배치되는 배제 원칙이 강화돼 공공의료 목적과 가치가 ‘특정계층’과 ‘위기상황’으로 축소시킨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렇게 공공성을 협소하게 규정하면 공공의료 개념에 혼란을 초래함과 동시에 공공의료와 공공성에 대한 지자체의 책무는 적어지게 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한국은 OECD국가 중 공공보건의료 영역이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다. 의료기관 기준으로 보면 6%, 병상 기준으로도 10% 수준이다. 


민간의료기관이 주류인 우리나라에서 공공의료에 대한 이해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하지만 대체로 국가 또는 그에 버금가는 주체가 운영하는 기관과 그 활동으로 이해되고 있다. 


좁게는 공공보건의료를 (지방)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몇 군데 공공병원 문제로 간주하기도 하는데 이러 경우 공공성의 의미는 더 좁아지고 시민 건강권에 대한 국가나 지방정부 책무는 더 모호해질 우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공공의료는 취약층이나 위기 상황에 대한 제한적이고 한시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보다 보편적이고 넓은 의미로 확장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는 공공의료에서 취약 계층을 규정하고 강조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물음이다.


취약 계층은 누구를 의미하는가? 저소득층, 장애인, 어린이, 노인, 희귀질환자 등 다양한 계층이 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라고 명확한 선을 그을 수도 없지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선을 긋는 그 자체가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취약 계층을 선별해 따로 관리하는 것은 ‘약함’을 주체의 탓으로 돌리고 낙인을 찍게 될 우려가 있다. 


보건의료 서비스는 다양하고 연속적이며 또한 개방체계 속에서 작동한다. 가난한 당뇨병 노인 환자는 보건소, 의원, 병원을 모두 이용한다. 의료급여 환자라 하더라도 공공병원 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민간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취약 계층에 한정하여 빈약한 공공의료 체계를 고집하며 운영하고자 한다면, 많은 제약과 비효율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강화된 공공의료체계, 시민 건강권 확대 아닌 민간의료기관 편익 우선되면 안돼"


셋째로 서울시는 민간의료기관이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서울시가 그에 부합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서울형 병원 인센티브 지원사업’을 하반기부터 즉각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공공의료체계가 보다 두텁고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면 시민 입장에서 분명한 이익이다. 다만, 이 사업이 시민 건강권을 위한 공공의료 확대 강화보다는 민간의료기관 편익을 우선시 하는 것으로 비춰져서는 곤란하다.  


서울시민 안녕과 건강을 위해 ‘서울위기대응의료센터’는 상시적인 체계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잘 설계돼야 한다. 또한 위기상황에서 민간의료기관의 선의나 이해관계에 따라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공공성을 중심으로 확고한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서울시는 취약계층에 한정해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전체 서울시민의 건강불평등 해소와 건강권 보장을 위한 계획 마련이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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