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지난 2014년 3월 10일 집단휴진을 주도하고 의사들에게 휴진 참여를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의협은 당시 투쟁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부장판사 전연숙 차은경 김양섭)은 26일 오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 전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방상혁 전 이사와 의사협회에게도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노 전 회장은 2014년 3월 10일 원격의료 도입 및 영리병원 추진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의료정책에 반대하면서 협회 차원의 집단휴진을 결의하고 회원들에게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검찰은 당시 의협이 투쟁위원회를 결성해 의사들에게 공문을 발송하고, 의협 홈페이지에 투쟁지침을 올리는 등 전국적 규모의 집단휴진을 독려한 행위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판단했다. 집단휴업에 동의하지 않는 의사에게도 의무적으로 참여를 강제했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당시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2만8600곳 중 5991곳(20.9%)가 종일 휴진에 참여했다. 전국 의원 5분의 1 이상이 휴진한 것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당시 휴업이 의사들의 경쟁을 제한하거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았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집단 휴진을 통해 의료시장의 가격이나 수량, 품질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의사가 없었다”며 “피고인들이 주도한 휴진으로 의료서비스 품질이 악화됐다는 자료도 없고, 의료서비스 공급량 감소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도 않는 까닭에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1심 재판 이후 검찰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기각했다.
한편, 이번 2심 재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의협이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주도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한 데 대한 행정소송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잠시 멈췄다.
서울고법은 앞서 2016년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지난 9월 2심 판단을 옳다고 봤다.
의협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단체행동이 정당성을 인정받은 첫 사례라면서 법원 결정을 반기는 입장이다.
의협 한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결은 당시 의협의 단체행동이 국민 건강권 수호 및 의료체계 혼선 방지를 위해 진행한 정당한 투쟁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사필귀정이라고 할 수 있다”며 “물론 이런 단체 행동이 자주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국민 건강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만한 일에 대해서는 언제든 목소리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