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눈물로 호소한 장애학생들 부모
이철 국립정신건강센터장
2019.04.21 20:39 댓글쓰기

지난 2017년 9월 서울 강서지역에 특수학교 설립을 논의하기 위한 주민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지역주민들의 설립 거부로 인해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벌어졌고 관심도 높았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 장애아동의 어머니는 “아이한테 장애가 있기 때문에 특별히 배려해 달라는 게 아닙니다. 장애가 있건 비장애건 학교는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호소했다.

절박한 부모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건 주민들의 야유와 조롱 뿐이었고 그 마저도 정상적인 발언을 마칠 수조차 없었다.

그래도 장애아동 어머니는 거듭 “지나가다가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라며 아이들의 교육권 보장을 간청했다. 

하지만 양측은 의견 차이를 좁히기는 커녕 토론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장애아동 학부모들은 급기야 지역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지적장애 및 자폐성 장애를 포함하는 발달장애는 주로 아동기에 발생한다. 인지·의사소통·자기통제 능력 부족으로 인해 평생 동안 부모를 비롯해 특별한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장애다.

장애인실태조사(보건복지부 2017)에 의하면 우리나라 발당장애인은 22만5000여 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성인 연령대가 75%, 영유아 및 아동이 21%, 노인이 4%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전체 장애인 10명 중 3.3명(33%)가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지적 장애인은 72.8%, 자폐성 장애인은 98.5%로 사실상 부모의 전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

즉, 아동기에 발생하지만 평생을 부모가 돌봐야 하는 장애다. 발달장애 환자 아버지인 A씨 하루를 소개하는데 이를 보면 부모 역할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15세 아들이 병원치료를 받으러 가는 날인데, 아내 혼자서는 아들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오후에 조퇴를 한다. 직장 동료들의 이해와 도움이 고맙기는 하지만 마음이 무겁다.

서둘러 집에 가서 아내와 아들을 차에 태우지만 10분도 되지 않아 아이가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창문에 머리를 박기 시작한다.

얼마 전에 난 이마의 자해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같은 자리에서 또 피가 난다. 아내가 아이를 붙잡자 아이는 차안에서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친다. 아내가 달래려고 해보지만 힘으로 당해낼 수가 없다.

결국 갓길에 차를 세운 뒤 아내가 운전대를 잡고 A씨는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전력을 다해 아이를 두 팔로 잡고 버틴다. 

아이의 공격성을 완화시켜주는 약으로 3년째 치료를 받고 있지만 매일 매일이 사실상 전쟁 같은 상황이고 언제 끝날지 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까스로 정신과 진료를 마치고 이마에 난 상처를 봉합해야 하는데 개인 병원에서는 아이를 진정시킬 수 없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한다.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봉합까지 받으려면 저녁 늦게 끝날텐데, 이 일을 아내 혼자 감당할 수도 없고, 내일 또 조퇴를 낼 수도 없으니 오늘 안에 끝내야 한다.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풀석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지만, 큰 병원 응급실을 찾고 있는 아내와 죄 없는 아이를 보면서 강인한 척 마음속으로 심기를 다 잡는다.

2년 전 국회에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과 관련해서 전문가 단체와 학계가 참여하는 공청회가 열렸었다. 당시 20여 년 정신장애 치료를 받고 있는 40대의 딸을 동반한 70대 후반의 할머니 호소가 정말로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내가 죽으면 누가 저이를 돌봐줄 것인가? 그래서 죽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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