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은 중뇌 흑질에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운동 장애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파킨슨병 환자들을 부검해 보면 ‘알파 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뇌에 비정상적으로 응집되어 있는데, 단백질은 중뇌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뇌의 여러 영역으로 퍼져 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파킨슨병에서 운동 장애뿐만 아니라 여러 비운동 증상들도 동반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안타깝게도 파킨슨병은 완치가 가능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진행하는 병이다.
‘파킨슨병은 손이 떨리는 병이다’라는 인식은 아마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성화 봉송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굳혀지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 중 손 떨림이 주 증상인 경우는 50~6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환자들이 외래에 처음 방문할 때 손 떨림 없이 ‘팔다리에 기운이 없고 어둔하다’, ‘걷는 게 불편하다’ 등만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이러한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냄새를 잘 못 맡거나, 변비, 렘수면 행동장애(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질, 발길질을 심하게 하는 증상), 우울한 기분 등이 선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파킨슨병이 진행되며 나타나는 주요 증상으로는 서동증, 안정시 떨림, 근강직, 자세 불안정 등이 있다. ‘서동증’이란 행동이 느려지는 증상이다. 이로 인해 팔다리에 힘이 없는 것 같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근육의 움직임이 느려진 것이지, 근력이 저하된 것은 아니다.
‘안정시 떨림’이란 팔, 다리, 혹은 턱이 완전히 이완된 상태에서 떨리는 것을 말한다. ‘근강직’이란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하여 움직일 때 저항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 신경과 등 파킨슨병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의 진찰 소견이 중요하다.
‘자세 불안정’이란 균형 잡기가 힘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파킨슨병이 진행하게 되면 몸을 앞으로 숙인 자세에서 종종걸음을 걷거나 발걸음 떼기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많이 생긴다.
파킨슨병이 오래되면 종종 넘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넘어지는 증상이 파킨슨병 발생 3년 이내에 생긴다면 파킨슨병을 흉내 내는 다른 질환(파킨슨 증후군)일 가능성도 다시 검토해 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파킨슨병 증상 조절 약제만이 의학적 근거가 있고, 일반적으로 처음 몇 년간은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다가 점차 약발도 떨어지고 합병증도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환자 개개인마다 그 경과가 워낙 다양하여 처음부터 병의 진행 속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안타깝게도 파킨슨병에서 신경 퇴행성 진행을 막거나 늦추는 치료는 성공한 것이 없다. 그래도 현재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 유전자, 염증, 산화 스트레스 등을 타겟으로 한 여러 임상 연구들이 진행 중이며 도파민 신경세포 이식, 줄기세포치료 등도 연구 중에 있다.
파킨슨병 진단이 내려지면 우선 증상 조절에 초점을 두고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레보도파, 도파민 수용체 효현제, 마오비 억제제 등의 다양한 약제를 환자 특성(나이, 파킨슨병 운동 증상 정도, 동반 질환 등) 및 발생 가능한 약물 합병증을 고려하여 복용해야 한다.
파킨슨병의 다양한 비운동 증상에 대해서도 약물, 운동, 정신적 지지 치료 등이 필요할 경우 시행하게 된다. 또한 파킨슨병이 많이 진행돼 약물 조절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뇌심부자극술 등의 수술적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