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수첩] 최근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그룹 블랙핑크가 신곡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에 간호사 복장(코스튬)을 입고 등장해 ‘간호사 성적 대상화’ 논란에 휩싸였다.
뮤직비디오에는 간호사로 변신한 멤버가 등장하는데, 현재 병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널스캡과 타이트하고 짧은 치마, 하이힐, 네일 아트 등의 복장이 실제 임상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라는 비판이다.
간호계는 즉각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등에는 성적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 현실과 맞지 않는 간호사복장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와 수백 명이 댓글로 문제를 지적했다.
SNS에는 #간호사는 코스튬이 아니다 #Stop_Sexualizing_Nurses #nurse_is_profession 등의 해시태그가 등장해 간호사의 성적 대상화 중단을 촉구했다.
대한간호협회 역시 최근 두 차례에 걸쳐 YG엔터테인먼트에 공개 사과와 간호사 복장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최고위원은 "당사자인 간호사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뮤직비디오에 포함된 내용이 문제 될 만한 일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YG엔터테인먼트 측은 "특정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음악을 표현한 것으로만 봐달라던 입장을 고수하다, 결국 논란이 된 장면을 전면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디어에 노출된 간호사의 성적 대상화는 이번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가수 이효리도 ‘유고걸(U-Go-GIRL)’ 뮤직비디오에서 붉은 립스틱과 상체가 일부 노출되는 간호복을 입고 등장했다. 해당 장면은 간호사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간호협회의 항의 후 삭제됐다.
그 외에도 다수의 아이돌 가수나 배우 등이 타이트한 상의나 짧은 스커트, 하이힐 등 성적인 매력을 부각하는 간호사 복장으로 뮤직비디오나 CF 촬영 등을 진행했다.
이 처럼 대중문화에 만연한 간호사 성적 대상화는 대중에게 의료서비스와 의료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위험성을 안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잘못된 인식은 더 나아가 특정 직업에 대한 이미지를 고착화해 성추행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블랙핑크와 같은 아이돌 그룹은 수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어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의 '2019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14.5%가 근무 중 성추행·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있는 것을 나타났다. 폭행 피해의 경험도 보건의료노동자 중 간호사(16.2%)가 가장 높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일부 환자들이 필요한 것을 묻는 간호사에게 “여자”라고 답하거나 속옷을 빨아달라는 부탁을 빙자한 성희롱을 서슴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 처럼 ‘성희롱'은 간호사들의 실제 근무현장에서 오랜 기간 만연하게 퍼져있는 고질적 문제다.
장기화된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약 7개월 이상 피로누적과 감염공포를 견디며 혼연의 힘을 다하고 있는 간호사들은 이번 일로 사기가 꺾이고 허탈함을 느껴야 했다.
성적 대상화된 의상의 광범위한 미디어 노출은 제작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문제가 된다.
YG엔터의 입장과 같이 모든 미디어 매체가 이번 일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특정 직업군의 성적 대상화 풍토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