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수첩] 정부의 의약품 리베이트 제재가 강화되면서 반작용으로 새로운 방식의 리베이트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중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의약품 영업대행사(CSO, Contract Sales Organization)를 활용한 우회적 리베이트다. 사실 CSO는 제약사들이 의약품 판매 촉진 등 영업활동을 대행하기 위해 등장했다.
하지만 리베이트 규제가 나날히 엄격해지고,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CSO 역할이 점차 달라졌다. 합법적 영업은 물론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변종 리베이트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
현행 약사법상 리베이트 처벌 대상인 '의약품 공급자'에 CSO가 포함되지 않아, 관련 규정을 위반해도 제약사는 CSO로 책임 전가가 가능하다. 개인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나 판매대행 업무를 할 수 있다.
이에 국내 상당수 제약사들이 부분 혹은 전체 제품 영업을 CSO로 돌리고 있다. 특히 자체 영업망이 부족한 중소제약사들의 CSO 활용 비중이 높다.
심지어 내부 영업조직을 구조조정한 이후 CSO 체제 전환에 나선 업체들도 있다. 실례로 M제약은 지난 9월 전체 영업사원 260명 중 종합병원 및 도매 담당 80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해고하고 CSO에 영업을 맡겼다.
그런데 퇴사 직원 가운데 개인사업자나 법인형태로 CSO를 운영할 경우 수수료를 우대하며 자사 품목 영업을 맡겼다. 뿐만 아니라 회사 권유로 우수 영업사원이 퇴사 후 CSO를 차리는 사례도 있다.
CSO 영업방식은 간단하다. 제약사가 지급하는 수수료 중 일정액을 리베이트로 제공한다. 일반 종합도매의 경우 품목별 8~12% 수수료를 받지만, CSO는 평균 30~40%, 많게는 65%를 수수한다.
높은 판매 대행 수수료의 상당 부분이 리베이트에 사용된다는 것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중소제약사 한 관계자는 "종합병원을 뚫는데 비용을 쓰는 것보다 CSO에 맡기는 게 여러모로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영 악화로 CSO 전환 행렬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마를 리 없는 CSO 수요로 현재 3000개 정도인 CSO가 얼마나 더 증가할지 짐작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독버섯처럼 음성적으로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는 CSO를 양성화해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018년 시행하려고 했다가 중단된 CSO 전수조사를 재추진해 실질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규제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와 국회에서 CSO 규제 강화를 위한 최근 행보는 반갑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국회에 '내년도 '의약품·의료기기 판매질서(리베이트) 관련 정책'을 보고했다.
이번 정책은 법 개정을 통해 CSO의 독단 리베이트 제공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를 명확히 하고, 지출보고서 작성 대상에 CSO를 포함시킨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도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 대상에 CSO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 발의에 착수했고, 제약바이오협회는 CSO 영업사원 인증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늘어나는 CSO를 방치하지 말고, 제도권 내에 포함시켜 전문적 영업이 가능토록 양성화하는 입법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