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수첩] 코로나19가 다시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번엔 변이 바이러스가 문제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까지 온갖 변이들이 나타나 백신 접종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을 종료시키려던 인류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남아공 변이는 일부 백신들에서 그 효능이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백신 효과가 유지되는 영국발 변이마저도 전파력은 더욱 커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 처럼 치명적인 코로나19 변이를 가장 먼저 발견한 곳은 영국이다. 변이 발견을 위해선 ‘전장 유전체 분석’이 필요한데, 영국은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장 유전체 분석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덕분에 영국은 전파력이 더 강한 영국형 변이를 비교적 빠르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나라들 역시 입국 제한 등 영국발 변이 대응을 위한 신속한 조치가 가능했다.
변이를 조기 발견하는 것은 백신‧치료제‧진단키트 개발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기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던 백신과 치료제도, 코로나19 진단검사 키트도 변이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최악의 경우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코로나19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전세계와 공유하는 게 코로나19와 장기전을 위해선 핵심적이다.
실제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배분을 위해 WHO 등이 운영하는 기구인 코백스는 최근 “바이러스의 유전적 정보와 데이터의 신속한 공유를 통해 코로나19 변이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장 유전체 분석이 저조한 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24일 국제인플루엔자 정보공유 기구(GISAID) 데이터 기준으로는 846건에 그쳐 영국(13만2330건)에 비해 턱 없이 적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정부가 전장 유전체 분석을 확대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유전자 분석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대응센터, 민간전문기관 등으로 분석역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앞서 코로나19 초기 우리는 적극적인 진단 검사를 실시했다. 덕분에 확진자가 세계적으로도 수위권을 차지하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쏟아지는 확진자에 누군가는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얘기했지만 되돌아보면 결국 무식(?)해 보일 정도로 검사를 했던 덕분에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전장 유전체 분석도 마찬가지다. 유전체 분석 건수를 확대하다 보면 언젠가 ‘한국형 변이’가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한국형 변이가 나타나지 않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설령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더라도 그것이 적극적인 전장 유전체 분석의 결과라면 ‘불명예’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K-방역의 우수한 체계를 확인하고 격(格)을 다시금 제고하는 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