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계 눈치보는 제약협회에 불만 폭발
2000.07.11 02:08 댓글쓰기
제약협회가 약사법개정과 관련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의·약사 단체 눈치보기에 급급하자 국내 제약회사들의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은 의·약계의 대체조제와 관련한 협의내용이 국내 제약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아 법개정 이후 자칫 한국 제약산업의 근간을 흔들 우려가 있는데도 협회차원에서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지적은 시민단체가 제의하고 정부와 국회가 준비하는 약사법개정안대로 개정되면 의사들이 약효가 확실한 외국계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위주로 처방하고 약국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준비하게돼 국내 제약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제네릭제품은 설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릴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의사들이 주장하는 대로 약사의 대체조제와 임의조제를 완전히 봉쇄하는 방향으로 약사법이 개정된다면 국내 제약사의 집단 도산이 불가피하다.

물론 카피약만을 전문으로 한 영세제약사들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이같은 여파는 제네릭을 통해 신약창출에 박차를 가하려는 국내 상장 제약사들에게도 상당한 파장을 가져다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J사 마케팅 책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우수한 신약 확보 등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시급하다"며 "그러나 오리지널 약만을 처방한다면 한국 제약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B사의 한 고위임원은 "의약품이 공산품이 아님에도 카피나 복사라는 말이 흔히 사용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며 "우리나라 제약기업도 우수한 개량신약들을 개발하고 있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사 관계자는 "외국의 우수한 약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국내 제약기업이 개발한 오리지널에 버금가는 제네릭 의약품이 보호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OTC 비중이 높은 D사의 연구책임자는 "최근들어 '국내 제약기업 = 카피·복사' 라는 말이 일반에 회자되고 있는데 대해 대단히 불쾌하다"며 "국내 제네릭 산업의 육성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같은 업계의 분위기와 관련, 최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공개적으로 제약협회 등 관련단체에 공문을 보내 국내 제약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이 회사는 "미국 등 선진국도 보험재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네릭 처방을 권장하고 있다"며 "오리지널 처방만이 증가하면 환자부담과 보험재정 부담이 모두 커질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와관련,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오리지널 약품이 처방되면 환자에게 좋을 수도 있지만 국내에 우수한 제네릭 제품이 처방에서 소외될 경우에는 환자나 정부에 모두 부담을 주게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심사평가원에서도 이같은 점을 감안해 과도한 처방에 대해서는 적정심사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국내 제약산업에 갑작스런 타격은 없을 것" 이라며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도 수준이하의 의약품은 자진해서 제조·생산을 하지 않는 등 자구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제약협회 일부 회원사들은 의·약계의 대체조제 협의진행과 관련해 협회 차원의 입장이 분명히 개진돼야 함에도 눈치보기만 일관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국내 제약산업의 보호를 위한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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