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공급되는 치료재 '피해는 결국 환자'
2004.12.16 11:42 댓글쓰기
병의원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치료재료 가운데 주사기와 수액세트 등 별도의 수가가 인정되지 않는 품목들의 경우 제조업체들이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불법적으로 무허가 업체에 위탁제조하는 등 폐해가 심각해 제도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행 건강보험 수가체계상 주사기와 수액세트 등의 치료재료는 개별수가가 인정되지 않고 처치료에 함께 포함된다.

이런 사정 탓에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의료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업체들로부터 이들 제품 구입시 무리하게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업체들 역시 병원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낮은 공급가에 제품을 판매하다보니 해당 치료재로 제품을 무허가 업체에 위탁 제조하는 식으로 생산단가를 낮추는 불법을 자행하는 일이 빈번하다.

현재 별도의 개별수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치료재료는 수액필터를 비롯해 의약품주입용기구, 안전주사기, 인탈흡입기구 등 모두 31품목에 달한다.

이 치료재들은 대부분 고가이거나 1회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의료원가에 많은 영향을 미쳐 병원 입장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최대한 싼가격에 구입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료기기협회가 주사기 및 수액세트 제조업체 4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주사기의 경우 개당 평균 생산원가가 39.2원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납품액은 34.4원으로 1개를 팔 때마다 4.8원의 손해를 본다.

수액세트 역시 개당 평균 생산원가가 198원인 반면 평균 납품가는 167.4원으로, 역시 1개를 팔 때마다 30.6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꼴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주사기 및 수액세트 제조시 부품조립공정을 무허가업소 등에 위탁하는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생산단가를 낮춰 적자를 만회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들 치료재료를 위탁제조하는 무허가 업소들이 제대로 된 제조시설을 갖추지 않아 저질의 불량 제품이 만들어져 병의원에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감사원이 지난해 플라스틱 주사기 및 수액세트 제조업체 34개 중 10개소를 표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개 업체가 적법한 허가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허가 업체를 통해 위탁제조하거나 작업장 내 방진시설을 설리하지 않는 등 제조환경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제조업체의 경우 제조라인에서 이물질이 검출되는 등 의료용구 품질관리가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이 병의원에 공급돼 환자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제도개선이 절실한 실정이다.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일부 치료재의 경우 다른 고가 장비를 사는 조건으로 거의 공짜로 병원에 공급되는 경우도 있다"며 "제 가격을 주고 병원에 납품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털어놓았다.

병원들 역시 이런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예전부터 제도개선을 요구해왔다.

대학병원의 한 관계자는 "현행 수가체계에서는 치료재에 대한 비용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병원들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담을 환자에게 전가하거나 업체들에게 무리하게 낮은 공급가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따라서 이 문제는 제도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