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외상센터 '무용론'···진료거부 '일파만파'
복지부, 2세유아 사망 비난여론 들끓자 조사 착수···보조금 환수 등 징계 주목
2016.10.08 06:50 댓글쓰기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도 대형병원들로부터 치료를 거부 당해 사망한 두살 유아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들 병원 대부분이 100억원 넘는 국고 지원을 받는 권역외상센터였던 만큼 향후 조사에서 진료거부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보조금 환수 등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소홀한 권역외상센터 관리감독 책임론 역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를 보유한 대형병원들에게 치료를 거부당하고 뒤늦게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사망한 김 모군(2세) 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김 군은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 지역에서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전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됐다.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할머니와 누나도 같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3명의 중증외상 환자가 한꺼번에 들어오자 이들을 동시에 수술할 수 없다고 판단한 병원 측은 13군데에 달하는 인근 지역 병원 곳곳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이들 병원은 모두 환자이송을 거부했다.
 

결국 전북대병원은 중앙응급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에 도움을 요청했고, 의료원은 헬기를 보내 아주대병원에서 수술을 받도록 조치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전원 지원 업무가 본래 소관은 아니지만 전북대병원 측 연락을 받고 응급상황이라고 판단해 조치를 취하게 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사고 당일 자정에야 수술을 받게 된 김 군은 다음날 새벽에 숨졌다. 할머니도 이튿날 사망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 복지부가 사건 경위를 밝히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김 군의 치료를 거부한 병원 중 복지부로부터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받은 곳이 6군데에 이른다는 점이다.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 환자의 ‘골든타임’이 낭비되지 않도록  지역에 관계없이 신속히 치료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권역외상센터 현황
 

2017년까지 17개 권역외상센터를 배치하는 게 정부의 최종 계획이다. 현재까지 15개 기관이 선정된 상태다. 시설 건립 지원 등을 위해 지난 3년 간 2000억원이 넘는 국비가 투입됐다.
 

최근 복지부가 나머지 두 곳을 추가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100억에 가까운 국고지원이 보장되는 해당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각 병원이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막대한 지원금을 받고 있던 기존의 권역외상센터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면 ‘유명무실’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권역외상센터가 모든 환자를 돌보기는 힘들지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은 맞다”며 “병원 간 네트워크를 통해 환자가 신속히 이송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었어야 하는데 미흡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권역외상센터들의 진료거부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은 권역외상센터의 중증외상환자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된 사실을 지적하며 “지정취소 및 보조금 환수 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까지 권역외상센터 5곳이 지침을 위반해 지원금을 환수당했다. 이들은 ▲외상중환자실 미운영 ▲전담전문의 미충원 ▲병실 면적기준 및 간호사 인력기준 미충족 등으로 패널티를 받았다.
 

이에 따라 기존 권역외상센터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면 복지부도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병원들이 의학적 이유로 결정을 내렸다면 존중해야 하지만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현재로서 어떤 경위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안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사실 확인을 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수술 여건상의 문제인지 여부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권역외상센터 평가기준에 따라 이를 준수하지 않은 곳에는 보조금 환수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면서 “이번 사건도 철저히 조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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