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사 독점 '경구용 항암제' 가세 국내 제약사
대화, 개발 후 급여화 과제·한미, 3상 환자등록 완료·종근당, 대장암 초기 진행
2018.03.05 05:24 댓글쓰기

국내 제약사들이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개선한 ‘먹는 항암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회사인 대화제약을 비롯해 국내 최상위 제약사인 한미약품, 종근당 등이 경구용 항암제 개발 및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정맥주사로 투약되던 항암제가 작용기전의 특성 및 복약 편의성을 고려해 경구제로 제형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
 
경구용 항암제는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항암제가 주를 이룬다. 그 이유는 약의 작용기전 때문이다. 

김열홍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장기간 낮은 농도로 투약해야 하는 환자를 위한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을 오랜 기간 꽉 눌러야 하는 표적항암제가 주로 경구용 항암제로 개발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반감기가 짧은 항암제의 경우 반복적으로 주사제를 투여하기 어려워 경구용이 환자에게는 편리하고, 장기간 복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구용 항암제 시장은 외자사들이 선점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폐암치료제인 '이레사', '타쎄바'를 비롯해 난소암 및 유방암 치료제 '린파자', 바이엘의 간암치료제 '넥사바' 등이 그 예다. 

국내 제약사들도 경구용 항암제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대화제약의 리포락셀(DHP107)은 세포독성항암제를 경구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리포락셀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경구용 파클리탁셀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2016년 9월 위암치료제로 시판허가를 받았으며, 미국에서는 유방암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파클리탁셀은 주목나무 잎과 껍질에서 추출한 항암성분으로, 기존에는 정맥 주사로 사용되며 과민반응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리포락셀은 지난 2013년 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서울아산병원 등 12개 기관에서 238명의 전이성 위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임상 3상에서 파클리탁셀 주사제 대비 동등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파클리탁셀이 위암은 물론 유방암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재발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대상 국내 유방암 2/3상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대화제약은 리포락셀의 중국 기술수출에도 성공했다. 2017년 중국 제약사 RMX바이오파마와 단계별 수익 계약인 '마일스톤'으로 총 283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판매 로열티는 별도다.

대화제약 관계자는 “파클리탁셀은 대표적인 세포독성 항암제로 지난 30년간 사용돼 그 효과가 입증된 항암제”라며 “그동안 난용성과 흡수 저해 등의 문제로 경구제로의 개발이 어려웠지만 자체 기술인 DH-LASED 플랫폼을 통해 경구용 제형 개발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화제약은 리포락셀 급여화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대화제약은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제형을 변경시킨 개량신약이란 점을 강조하며 이에 맞는 약가대우를 희망하고 있다. 반면 심평원은 오리지널 품목 약가가 인하된 현실에서 높은 약가 책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화제약은 지난 1998년부터 18년간 리포락셀 개발을 진행해왔으며, 국산원료를 사용해 제조했기 때문에 원가가 높은 편이라며 적합한 수준의 약가 책정을 요구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소요 등 비용 효과성을 따져야 하는 심평원은 이미 제네릭까지 나와있는 약제임을 강조하며 높은 약가책정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오리지널인 '탁솔'은 30mg/5ml 당 9만7836원으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특정 적응증에 투입되는 탁솔 비용과 리포락셀의 비용을 비교해 적정선을 찾는 논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리포락셀은 개량신약이지만 신약등재 절차에 따라 진행되며, 현재 시장 상황에 맞춰 여러 사항을 검토하게 된다"며 "현재 약가인하가 진행된 탁솔에 근거하는 것인지, 제네릭이 나오기 전 탁솔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대화제약보다 먼저 파클리탁셀 경구용 항암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경구용 항암제를 개발하는 플랫폼 기술인 ‘오라스커버리(ORASCOVERY)’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유방암 치료제 ‘오락솔’은 다국적 제약사 BMS의 세계적 항암 주사제인 '탁솔'에 신물질을 섞어 먹는 형태로 바꾼 것이다.

오락솔은 주사제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환자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환자가 입원할 필요 없이 외래 방문만으로도 치료 가능하고 또 주사 항암제에 비해 신경합병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2000년대초부터 7년여 연구 끝에 항암제 경구 흡수를 방해하는 ‘P-GP(P- glycoprotein)’를 차단하는 물질 ‘HM30181A’를 개발하는데 성공, ‘오라스커버리’라고 이름 붙였다.

현재, 한미약품의 임상 파트너인 미국 제약사 아테넥스가 오라스커버리를 적용해 파클리탁셀을 비롯해 이리노테칸 등 항암제를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하는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테넥스는 지난 2월15일(현지시각) 유방암을 대상으로 하는 오락솔의 글로벌 임상 3상 환자 등록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오락솔 임상 3상은 정맥 주사 형태인 파클리탁셀보다 오락솔의 약효가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글로벌 무작위 대조 형태로 진행된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360명을 대상으로 오락솔 단일요법과 파클리탁셀 정맥주사 단일요법을 비교한다.

앞서 오락솔의 첫 번째 임상 3상 중간평가는 지난해 10월 9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8주간 진행돼 완료됐다.

미국 의약품 안전성 모니터링 위원회(Drug Safety Monitoring Board)는 이 중간평가 결과를 토대로 오락솔이 파클리탁셀을 투여했을 때보다 신경통 부작용이 적은 것에 주목하며 두 번째 중간평가에 대한 환자 등록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에 시작되는 오락솔 임상 3상은 18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두 번째 중간평가에 해당한다. 아테넥스는 올해 3분기 안으로 이 평가를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오락솔은 기존 주사제보다 투약에 있어 환자 편의성을 대폭 개선했으며, 부작용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제형만 변경한 게 아니라 기존 약에 비해 약효가 우월하다는 점도 입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종근당도 역시 경구용 항암제(CKD-516)를 연구 개발 중이다. 종근당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CKD-516은 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파괴해 암세포를 죽이는 기전을 갖고 있다.


종양혈관만을 선택적으로 표적하기 때문에 종양세포에 대한 약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항암제 시장에서 혈관을 파괴하는 원리의 먹는 항암제로 개발 중인 신약은 CKD-516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장암 치료제인 CKD-516의 국내 1·2a상은 지난해 4분기 내 종료돼 결과 확인이 기대되며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임상도 검토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종근당 관계자도 "CKD-516의 경우 현재 임상 1, 2a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제품 출시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며 "상용화된다면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나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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