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어린이병원 재공모했으나 신청 '0'
소아청소년과 강한 반발로 정책 '표류'…복지부, 처참한 결과에 '당혹'
2015.11.13 20:00 댓글쓰기

소아환자의 진료권 보장을 위해 도입된 달빛어린이병원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참여 의료기관을 확대키로 했던 정부의 계획도 답보 상태에 빠졌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달빛어린이병원을 기존 15개에서 30개로 확대하기로 하고 지난 9월 모집을 진행했지만 마감결과 신청기관은 단 1곳에 그쳤다.

 

공모에 들어갈 당시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의 거센 반발로 참여 기관 확대에 어느 정도 어려움을 예상했지만 처참한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복지부는 지난 10월에도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 의료기관 재공모를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재공모에는 아예 단 한 곳의 기관도 신청하지 않았다. 결국 3개월에 걸쳐 진행된 모집에서 ‘1개 기관 추가’라는 초라한 성과를 거두는데 그쳤다.

 

복지부는 일단 이 병원에 대해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절차에 들어갔고, 이르면 올 연말부터 지원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참여 의료기관 확대가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의 강력 반발이 결정적 원인이다.

 

복지부가 달빛어린이병원을 대상으로 의료진 회유 등의 압력을 행사, 해당 병원들의 참여 포기를 유도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까지 예고했지만 변화 기류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은 달빛어린이병원 도입 당시부터 “개원가 붕괴를 가속화 시키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야간에 진료하는 달빛 어린이병원의 경우 어느 정도 규모나 재정이 확보된 병원들이 참여하는 만큼 원장 혼자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들 입장에게는 위기감으로 작용한 탓이다.

 

개원가 우려는 달빛어린이병원 시범사업 참여기관은 물론 그 곳에 재직하는 동료의사의 비난으로까지 확산됐다.

 

달빛어린이병원들은 지역 소청과 개원가의 강한 항의로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이 곳에 취업한 의사들 역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소청과 의사 커뮤니티에서의 강제 탈퇴 등 동료의사들의 집단 따돌림을 우려한 달빛 어린이병원 진료의사들이 외부 노출을 꺼리거나 사직을 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결국 병원들의 의사 구인난으로 이어지며 사업참여 희망 병원은 물론 기존 참여병원들 마저 잇따라 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보건복지부는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참여 포기 강요 사례 발생 시 위법성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약발은 받지 않았다.

 

또한 소아청소년과 개원가 단체와 비공식 만남을 갖고 ‘소아 환자들의 진료권 보장’이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협조를 당부했지만 소청과 설득에는 실패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복지부는 정책연구를 통해 활로를 모색키로 했다.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논리 개발을 통해 제도의 당위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소청과 개원가의 영향으로 달빛어린이병원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꼭 필요한 제도인 만큼 계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아환자의 진료권 보장이라는 취지를 이해해 주기 바란다”며 “조만간 연구용역을 진행해 그 결과를 토대로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달빛 어린이병원은 야간 및 휴일에 응급실을 이용하는 소아환자의 불편 해소 차원에서 지난해 9월부터 시범운영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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