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P교수 vs 검찰, 허위진단 등 '격돌'
15일 고등법정서 2차변론, 배임수증재 입증·반박 날카롭게 진행
2014.05.15 20:00 댓글쓰기

15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여대생 청부살해 사모님 주치의 세브란스병원 P교수 항소심 공판장.

 

의사 고유 영역인 '허위진단서 작성죄' 재판이 무기징역수 합법적 탈옥과 맞물려 유일무이한 주요 판례로 남게 된 상황에서 한 치 양보 없는 법정 다툼을 펼치겠다는 의지 때문이었을까, 법정 문을 열고 들어오는 P교수와 검찰에게서는 비장함이 느껴졌다.

 

사모님 윤씨에 대한 요추부압박골절, 유방암, 천식, 파킨슨 증후군 관련 진단서의 허위 여부와 세브란스병원 P교수와 영남제분 류 회장 간 금품이 오갔는지를 두고 양측은 5시간이 넘는 마라톤 소송을 벌이며 1심 대비 예리한 칼날을 갈았다.

 

검찰은 1심에서 죄를 입증해내지 못한 배임수증재 관련 P교수와 류회장의 분(分) 단위 동선 분석도를 준비하는가 하면 질병 관련 전문 진료지침 및 의사협회 진단서 작성 원칙 등을 바탕으로 유죄 입증에 집중했다.

 

보석 석방된 P교수는 재판부가 의학 자료를 오역하거나 검찰이 반박 주장을 할 때 마다 자신이 손수 준비해 온 두터운 자료를 꺼내 직접 변론을 이어갔다.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 김용빈 재판장은 고등법정 302호에서 양측 PPT 발표를 기반으로 P교수와 영남제분 류회장의 허위진단서 작성 및 배임증수재 형사 소송 2차 변론을 진행했다.

 

의사 허위진단서 작성죄 인정범위 어디까지?

 

이날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P교수가 사모님 윤씨 진단서에 기록한 "수감생활 불가능"이란 부분이 허위진단서 작성죄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의사 허위진단의 범위다.

 

앞서 김용빈 재판장은 수감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사회규범적 판단이 순수 의학적 판단이 아닌데도 허위진단서 작성죄에 해당되는지를 법률적으로 증명하라는 석명명령을 검찰측에 내렸다.

 

검찰은 "의학 진단서란 권리의무 발생, 법률관계, 사회적 업무 이행 등에 영향을 미치므로 의사의 의학적 사실 뿐 아니라 규범적 판단도 허위진단에 포함된다"며 "공무원 시험 제출용 건강진단서나 민형사 소송에 쓰이는 상해진단서는 의사 판단에 따라 채용 및 소송 당사자에게 직접적인 이익과 피해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과 법원은 P교수가 윤씨의 교도소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규범적 판단에 따라 형집행정지를 최종 결정했다"며 "의사의 환자 관련 규범적 판단은 허위진단서 작성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근거로 작용한다"고 강변했다.

 

검찰은 협진의와 P교수 간 의학적 차이를 보임에도 P교수가 주치의 권한을 행사해 전공과목도 아닌 병명을 진단서 기록하는 것 역시 허위작성죄임을 지적했다.

 

검사는 "P교수는 췌장암 지표인 CA19-9를 가지고 유방암을 진료했다. 의학적으로 널리 알려진 객관적 사실 및 전문가인 소화기 내과 교수의 협진 회신에 반해 허위기재한 것"이라며 "파킨슨 증후군과 관련해서도 저명한 전문의가 파킨슨 증상이 없다고 협진해 온 사실을 알면서도 P교수는 허위진단서를 작성했다"고 피력했다.

 

반면 P교수와 변호인단은 윤씨에 대한 진료행위가 일절 허위가 없는 정정당당한 의사 진료권 집행이라는 입장을 강력히 밝혔다.

 

P교수 측 변호인 이진우 변호사는 "검찰측은 사모님 윤씨가 아무 병증이 없는 꾀병을 부리는데도 허위진단을 내렸다고 주장하는데,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진지하게 들을 법적 의무가 있고 극도의 심신쇠약 증세를 보였던 윤씨에 대해 허위진단을 내린 적 없다"며 "윤씨는 요추부골절, 당뇨, 정신과 질환 등 상태가 심각해 수감생활이 불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변호사는 "검찰은 P교수가 의뢰한 각 질환분야 협진의들의 진료결과를 검찰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심지어 2010년 8월4일에는 병원치료가 불필요하다고 느낀 윤씨가 형집행정지를 거부하고 수감생활을 청원한 사실도 있다"고 변론했다.

 

이어 "파킨슨 증후군의 경우 P교수 밑에 속한 레지던트가 파킨슨 증후군이라고 쓴 진단서 초안을 P교수가 면밀히 살핀뒤 질환 정도를 낮춘 '파킨슨 증후군 의증'으로 수정했다"며 "췌장암은 예후가 극히 나쁜 암종인데 CA19-9 종양표지자에 대해 위험이 없다고 진단하는 것이야 말로 허위진단"이라고 말했다.

 

P교수-류회장 배임수증재 혐의 안갯속

 

한편 P교수와 류회장의 형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뇌물수수와 관련해서도 양측의 입장은 판이하게 갈렸다.

 

검찰은 "류회장이 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비를 결제한 시각과 P교수가 미화 1만달러를 자신의 계좌에 입금한 시각이 유사해 금품을 주고 받을 시간은 충분했다"고 밝혔다.

 

P교수 측은 "상식적으로 뇌물을 받은 당일 자신의 계좌에 뇌물을 입금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P교수의 수술기록, 연구실 출입기록을 따졌을 때 물리적, 시간적으로도 뇌물수수 현장으로 검찰 추정중인 중식당에 P교수가 갈 수 없는 상황이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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