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거 아니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2016.06.20 06:18 댓글쓰기


 

"원격진료가 일반화되면 곤란하고 의사 대면진료 우선돼야"

최근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구성을 마쳤다. 새누리당 9명, 더불어민주당 9명, 국민의당 3명, 정의당 1명 등 총 22명이 보건복지위원으로 배분됐다. 이들을 2년 동안 이끌게 될 보건복지위원장은 더민주의 양승조 의원이다. 17대부터 내리 4선을 한 양 위원장은 복지위 경력만 10년인 보건복지 전문가다. 양 위원장은 국민의 삶과 직결돼 있고 현안이 쌓여 있는 복지위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복지위원장 희망 배경을 설명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법안들을 처리하는 것이 자신이 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동안의 목표라고 했다. 나아가 원격의료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등에 대한 반대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복지위, 시대적 과제 담당하는 상임위”

4선이나 한 국회의원이 12년의 의정활동 기간 동안 10년을 복지위에 몸 바친 이유는 무엇일까. 양 위원장은 “처음에 법사위를 2년 한 뒤 복지위로 왔는데, 복지위를 떠나려고 해도 양심에 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가의 존망이 걸린 산적한 문제가 많은데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렇게 10년이 됐다”고 설명했다. 복지위가 우리 시대의 과제를 담당하고 있는 상임위이기에 선택했다고도 했다. 양 위원장은 “보건복지위는 우리의 시대적 과제인 복지강화를 담당하는 상임위”라며 “한국은 OECD 국가 중 출산율 꼴찌, 자살율과 노인 빈곤율 1위다. 그리고 사회양극화 심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미래를 담보할 수가 없다”고 역설했다.
 

양 위원장은 당파성을 떠나 공정한 상임위를 꾸려 나갈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더민주를 아끼고 더민주 소속 상임위원장이지만 상임위원장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입법 과정에서 공정성을 지킬 것”이라며 “법안의 양이나 질에서도 롤모델이 되는 상임위원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
 

20대 복지위 구성에 대해서는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더민주에서 경험이 많은 의원들이 참여했고 여야 직역들의 구성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위원장을 지낸 오제세 의원이나 여성가족위원장을 겸하게 된 남인순 의원, 간사를 맡게 된 인재근 의원 등이 있고 여당에도 의사인 박인숙 의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지낸 약사 출신 김승희 의원, 어린이집 연합회장을 지낸 최도자 의원 등이 포함됐다.
 

저출산, 고령화, 자살률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만큼 관련 법안들도 준비 중이다. 이미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산정책을 수립하는 경우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보건의료취약지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양 위원장은 “66조를 쏟아 부었음에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 하고 있는 저출산 대책에 대해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만드는 입법적 기반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이미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청년 고용, 안정적 일자리, 최저임금, 주거 지원 등 복지위 소관 법률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입법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보건의료분야에서는 제약산업의 육성, 공공의료체계 강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주요 과제로 꼽으며 관련 법안에 관심을 쏟겠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은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는 일”이라며 “공정성과 합리성이 부과체계 개선의 목적이 돼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개편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국회 개원 초반기에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영리화 반대-안전성과 효과 충분히 검증한 뒤 원격의료 일부 도입 가능"

의료계 현안에 대해 양 위원장은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는 19대 국회 때 복지위 벽을 넘지도 못한 일명 원격의료법(의료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도 다시 입법예고했다. 원격의료법은 국무회의를 통과해 곧 국회로 넘어올 예정이다. 양 위원장은 원격의료법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일반화에는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양 위원장은 “원격의료가 절대 필요없다는 주장은 과도한 의견이라고 본다. 격오지나 교도소 등에서는 필요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일반화돼서는 곤란하다. 의사가 직접 환자를 보는 것보다는 못할 수밖에 없다. 진료는 누가 뭐래도 대면진료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 안전성과 효과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양 위원장은 “화상통화가 가능하고 쌍방향 데이터 교환이 가능하다고 해서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있는 안전성과 효과성을 갖췄는지 의문”이라며 “그 안전성과 효과를 충분히 검증된 뒤에야 일부 분야에서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해 반대를 위한 과정을 원천봉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양 위원장은 19대 때와는 달리 원격의료법 상정까지 원천봉쇄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복지위 내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동수이고 또 다른 야당인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 총 4명 더 있는 만큼 상정을 하더라도 통과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위원장은 “야당이 과반이니 상정 자체를 막자는 건 합리성이 결여된 것”이라며 “상정 자체를 막아서 목표를 달성하는 건 맞지 않다. 20대 국회는 서로 협의하고 함께 한다는 인식이 없다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일명 규제프리존법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20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발의한 바 있다. 양 위원장은 “서발법은 의료분야가 아니었다면 벌써 통과가 됐을 것”이라며 “이제는 더민주가 과반에 국회의장까지 차지했는데 직권상정도 될 수 없다. 무슨 생각으로 똑같은 법안을 20대 국회에도 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보건의료분야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처럼 작은 규제 완화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환자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부담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 위원장은 “서발법이나 규제프리존법은 더민주에서도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토론회를 열고 합리적인 부분은 논의를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에 대해서는 정부 후속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의료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자동개시 사건의 조건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한 만큼 그 이후나 복지위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양 위원장은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은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인 복지법상 장애 1급 등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자동개시사건의 범위를 좁혔다”며 “본회의를 통과한만큼 정부가 법안 발의 취지에 부합하는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떤 조치를 내놓느냐에 따라 상임위에서도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법안소위 복수화 무산됐지만 재도전 가능

그동안 야당은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 복수화를 주장해왔다. 보건복지 분야가 발의되는 법안이 많아 복수의 법안소위로 법안을 심사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19대 국회 때 복지위의 법안은 총 1,996건으로 이 중에서 통과된 법안은 860건이었다. 1,996건의 법안은 발의건수로는 전체 16개 상임위 중 2위였고 처리 건수는 3위였다. 야당은 보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법안소위 복수화를 주장해왔지만 최근 여당과 복지위를 단일 법안소위로 운영하기로 합의를 봤다. 양 위원장은 내심 아쉬움을 내비치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복수 법안소위 운영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 국회에 계류 법안이 많았는데 이런 법안들을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철저히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최근 새누리당에서 복지위가 복수의 정부 부처를 담당하는 부처가 아닌 것으로 결론을 냈다. 더민주에서도 한다고 했는데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법안소위의 단일 구성이 결정된 만큼 이 사안으로 싸울 생각은 없다”면서도 “법안소위가 복수화된다고 해서 새누리당이 손해보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다시 문제 제기를 해서 복수의 법안소위를 구성할 여력이 있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보건의약단체, 직역보다 국민건강 우선시했으면” 당부

양 위원장은 20대 국회에도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원격의료법은 물론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대체조제 허용 등 직역 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이 여전히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 위원장은 직능보다는 국민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 위원장은 “보건의료계가 직능 간 갈등이 심하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추구해 온 것으로 안다. 한약분쟁, 의약분업 등 직능 간 갈등은 꽤 오래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전혀 없을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직능의 영역 확대가 아닌 국민 건강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조급함이나 승리 아니면 패배라는 흑백논리적 접근을 버리고 열린 자세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국민 건강 증진에 열린 자세를 갖고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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