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책임 놓고 '핑퐁'
시민단체 '인력 셧다운 도입' vs 醫 '규제 일변도 정책에 마녀사냥'
2018.01.30 12:18 댓글쓰기

“이대목동병원은 더 많은 돌을 맞아야 한다.”, “이대목동병원에 대해 근거없이 일방적으로 지나치게 매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미숙아 신생아 4명이 연쇄적으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30일 국회에서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신생아 중환자실 제도 개선 마련과 병원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팽팽한 입장이 대립됐다.


“수련병원 취소 등 단호한 조치 필요”


먼저 병원 전체는 아니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이 만약 필수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해당 병동을 폐쇄하는 이른바 인력 ‘셧다운(shut down)’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의사 인력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현행 의료법에 따라 간호사들은 상주하고 있지만 전담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다 보니 계속해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특히 수련병원 취소와 함께 이제는 '인력 셧다운(shut down)' 제도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본다”며 “예컨대, 의료기관인증 취소 등 단호하게 하지 않으면 또 이런 일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현재 의사협회, 간호협회, 전공의협의회에서는 감염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병원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도매급으로 비난하냐고 하지만 언제부터 전공의가 빠지면 우리나라 병원이 돌아가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
다.


이대목동병원이 수많은 의료인력을 교육하는 ‘교육병원’이었다는 점에서 더 강도 높은 비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이대목동병원 스스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에도 무려 병원인증평가를 매번 통과하고 ‘상급종합병원’의 지위를 누렸다”고 맹비난했다.


의료인력 문제는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정 국장은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 소청과에서는 전공의 5명이 집단 이탈하면서 10월까지 14명이었던 전공의수는 4년차 3명과 퇴사자 5명을 합쳐 8명이 빠진 상태였다”고 언급했다.


정 국장은 “결국 6명의 전공의가 병동, 중환자실, 응급실 을 주야로 당직 근무하게 되면서 불행을 예고했다”며 “하지만 전공의들의 집단 사퇴로 로타바이러스 검출됐다는 결과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일 16명의 신생아를 2명의 당직 간호사 와 1명의 당직의(전공의)가 돌보고 있었고 NICU가 성인집중치료실에 비해 노동 강도가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질적인 인력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
다.


“전공의 왜 집단 이탈 했겠나”

하지만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논란인 인력 문제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제대로 된 인식 없이 비난만 난무하고 있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은병욱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인력 문제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 교수는 “전공의 주80시간 근무 시행 이후 전공의 연차 간 갈등이 이면에 존재한다”며 “제도 시행 전에는 고년차보다는 저년차에 업무가 집중됐지만 지금은 고년차에도 업무가 쏠리고 있다”고 현 주소를 짚었다.


은 교수는 “어쩔 수 없이 고년차 전공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저년차들이 상대적으로 편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며 “집단 이탈만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신생아중환자실과 다른 중환자실이 안고 있는 공통 문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전제했다. 전담전문의 부족, 간호사의 과도한 업무 강도, 높은 이직률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다.
 

은병욱 교수는 “환자 수에 대비해 높은 담당 비율과 함께 전공의 인력 공백마저 생기는 경우 대체가 힘들다는 점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중환자실보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부각될 수밖에 없는 제도의 맹점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은 교수는 “간호등급이 향상 돼 1등급 수가가 조정됐지만 전국에서 1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병원은 1/3에 그친다”며 “병원 간 편차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의료진에 대한 마녀사냥과 마치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아울러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경찰에서 관련 혐의 사실을 수일 간격으로 언론에 유포하는 것에 대해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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