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임후 국시원서 일한 나는 복받은 사람'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김건상 원장
2012.07.15 20:00 댓글쓰기

“대학에서 65세 정년퇴임 후 국시원에 와서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처음 들어와서 본 국시원은 생각보다 체계적이고 능력 있는 조직이었다. 일 하는데 있어서 좋은 동기부여가 돼 줬다. 직원들과 정이 많이 들었는데 헤어지려니 섭섭함도 크지만 임기를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하다.”

 

오는 31일로 3년 간의 임기를 마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김건상 원장[사진]은 퇴임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김건상 원장은 2009년 8월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그동안 시험 시스템 국제화와 실기시험 도입, 직원 전문성 및 소통 강화 등 면허시험과 조직 발전을 위한 노력의 중심에 서 있었다.

 

특히 2009년 8월 임기의 시작은 그에게 남다른 기억이다. 김 원장은 “8월 임기를 시작하자  마자 9월부터 의사국시 실기시험이 시작됐다”면서 “아시아 최초다 보니 일본, 대만 등 많은 관계자들이 미묘한 눈초리를 보내왔었다. 혹시나 실수가 일어나지 않을까 시험 내내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국시원 오는 길을 못 찾은 수험생, 갑작스레 못하겠다는 통보를 해 온 표준화 환자, 빡빡한 일정 탓에 병이 난 관리 직원 등 시험에는 항상 변수가 따랐다.

 

그는 “예비인원이 없었다면 힘들었겠지만 이러한 변수들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었다”면서 “첫 해에는 어려움이 다소 있었으나 기간 조정 등 보강 작업을 거쳤다. 대만에서 장관 이하 20명 가까이 견학단이 방문하는 등 아시아 지역에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기시험 확대·국제화 등 기억 남고 보람 느껴”

 

현재는 의사국시의 경험을 발판으로 치과의사 등 타 직종의 실기시험 도입이 여러 각도에서 검토되고 있다.

 

특히 국제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과 비전은 이번 임기 동안 하나 둘씩 성과가 나타났다. 수험생과 출제 교수 및 감독 등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 향상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건상 원장은 “면허장벽이 없어질 때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문제 출제와 시험 절차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중요하다. 국제화를 위한 과정 중 하나로 국제 품질인증(ISO 9001)을 취득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전했다.

 

국가시험 시행 및 관리 업무가 국제 수준에 부합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는 것으로 직원들은 자부심을, 수험생들은 신뢰성을 더욱 담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의대생 문제 유출 관련 비애감 느껴"

 

하지만 위기 아닌 위기도 있었다. 실기시험 문제 유출 논란으로 사회 안팎의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한 시도가 있었다는 것 자체에 큰 비애를 느꼈다”고 고백하면서 “당시 국시원에서 여러 데이터를 내고 분석해 봤으나 영향이 없었다. 이듬해에는 그런 기미가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을 겪으면서 의학계는 의사 면허시험, 의학 교육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하는 계기를 맞았다.

 

기술 교육뿐만 아니라 인성과 윤리적 소양을 갖춘 의사를 길러내는데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은 상황이다.

 

김 원장은 “국시원에서 직접 개입할 수는 없겠지만 연구 등을 통해 인성, 윤리적인 소양을 점검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의과대학 선발 때부터 인성을 보는 등 인간성 함양 교육의 터전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시험 데이터 가공ㆍ활용 등 연구개발실 강화는 과제"

 

이에 따라 향후 상대적으로 허약한 연구 분야를 보강하는 것이 국시원의 남은 과제일 것이란 판단이다.

 

그는 “국시원이 가지고 있는 시험 관련 데이터를 가공, 빠른 피드백을 줄 수 있다면 의학 교육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허약한 연구개발실을 보강하려면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인재들에게 매력 요소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예산 확보 등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김 원장이 퇴임을 앞두고 가장 아쉬운 점은 정 들었던 직원들과의 헤어짐이다.

 

김건상 원장은 “터닝포인트 때마다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곤 했다. 답장을 보내 오던 직원, 소리함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했던 직원, 매달 한 번씩 진행한 생일파티, 그 모든 것들이 생생하다”면서 “직원들과 소통하던 기억들이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가장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개개인 모두가 관련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전문가가 되라고 주문해 왔다. 능력 있는 사람들인 만큼 앞으로도 국시원 발전을 위해 더욱 애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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