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파업 모면했지만 후유증 극복 과제 서울대병원
선택진료비·인력 충원 등 합의사항 이행여부 촉각
2013.11.04 20:00 댓글쓰기

"그 동안 환자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어려운 병원 경영 여건을 슬기롭게 극복해 환자분들께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가 중앙병원으로서 더욱 신뢰받는 병원이 되도록 힘쓰겠다."

 

서울대병원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에 대한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켜 2주 가까이 끌어온 파업 사태가 종결됐다. 오병희 원장은 그 간의 파업에 대해 환자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1.3% 인상 임금·비정규직 문제 등 핵심 쟁점 많았지만 의견 접근"

 

양측은 지난 5일 오전 5시를 기점으로 줄다리기를 끝내고 정상궤도에 오른다. 지난 2007년 이후 6년 만에 벌어진 파업인데다 그 동안 환자 불편 가중 등 파업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낸 타결이라 노사 양측 모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앞서 4일 새벽 노사가 도출한 잠정합의안은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찬반 투표 결과를 통해 최종 결정됐다. 양측은 이날 가조인식을 갖고 서명했다.

 

6년 만의 파업이라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낀 서울대병원 오병희 원장은 조속한 시일 내 파업을 종결 짓겠다고 공언했지만 사실 여러 분야에서 갈등을 겪었다. 핵심 쟁점 역시 수두룩했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협상 끝에 ▲ 기본급 정율 1.3% 인상 + 정액 1만5000원 인상  ▲ 외래환자 수 적정유지 검토, 선택진료제 개선책 마련, 어린이병원 환자급식 직영 여부 2014년 검토 ▲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해당 정부부처와 협의 통해 정규직 정원 최대한 확보 노력하고, 무기계약직 중 일부를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 2014년 정규직 전환 등에서 접점을 찾고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수십 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하면서도 최악의 사태는 피했고 양측 모두 끝까지 교섭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올해 임단협을 마침내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안도의 안숨을 내쉬고 있다.

 

병원 선포 '비상경영체제' 과정도 순탄치 못할 듯

 

하지만 파업으로 인한 후유증은 결코 만만치 않다. 공교롭게도 2013년 국정감사 일정과 맞물리면서 서울대병원의 선택진료비 등이 도마 위에 올랐고, 심지어는 일부 의사들의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 등 '속살'이 공개되면서 여야 국회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아야 했다.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며 전열을 가다듬고자 했던 계획 역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병원 차원에서는 내외부 환경 악화로 고통 분담 차원에서 선택진료수당을 30% 삭감하기로 하는 등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음에도 이번 파업으로 인해 재설계가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합의안에서 병원은 '선택진료 운영에 대해 개선책을 마련토록 한다'고 약속했다.

 

이보다 더 큰 손실은 환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는 계기가 초래됐다는 점이다. 실제 파업 기간 내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환자들은 노조의 파업 출정식이 있던 날, 생명을 다루는 병원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여기에 영상 및 진단 등 일부 검사에서 대기시간이 1~2시간 길어졌고, 환자 식사가 도시락으로 대체됐으며 환자 이송업무 및 콜센터에서도 일부 차질이 초래됐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올해 파업 사태는 일단락됐더라도 서울대병원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사의 진심 어린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공공의료와 경영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한국의 국립 대학병원들이 살아가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며 위기가 또 오지 않을 것이란 보장 역시 없다"며 "이런 때 일수록 위기의식을 갖고 장기적인 계획을 내놓는 등 노사가 서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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