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의료 멍들게 하는 '사무장병원'
바지원장 노릇하다가 수십억원대 빚에 목숨까지 버리는 사례 '속출'
2013.07.17 21:00 댓글쓰기

초고령화시대로 진입하며 국내 보건의료 산업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사회를 치료해야 할 의료계가 ‘사무장병원’이라는 악성 종양으로 인해 병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사무장병원은 적발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전국에 다양한 형태로 뿌리내려 환자 치료는 커녕 국민 세금인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과잉진료·보험사기·노인요양병원 내 폭력 등 온갖 비리와 탈·불법을 저지르며 한국의료를 망가뜨리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수 억 여원이 드는 병원 개원을 대신해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사무장에게 의사 명의를 임대, 일명 바지원장 감투를 쓰다 급여 허위청구 및 불법행위로 인한 모든 법적·행정적 책임을 지게 돼 수 십억원대 빚을 지거나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의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무장병원은 최근 사회 화두로 부상한 ‘갑의 횡포’와도 맞물린다. 원장은 사무장으로부터 병원을 제공받고 고액의 월급을 수령하는 대신 병원 경영 전반의 비리나 문제점에 대한 책임을 떠안게 된다.


의사가 사무장에 고용돼 계약이 성립되는 순간 금전적인 권한이 전적으로 사무장에 달려있기 때문에 사무장과 원장 간 보이지 않는 갑을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것을 알게 되거나 고액 월급에 흔들려 사무장병원에 취업한 원장이 스스로 병원을 박차고 나오려해도 “채무 및 급여 부당청구 책임 등은 모두 원장 몫이다”라는 사무장의 횡포성 협박 때문에 사무장병원은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이라는 게 피해 의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 의료법 상 실질적인 운영 책임자인 사무장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건강보험재정을 편취하거나 병원 경영을 방만히 하고 환자 관리를 소홀히 하더라도 법적 개설 명의자인 의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한계 때문에 폐해는 점차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복지부, 건보공단과 사무장병원 관련 법적 소송에서 수 십억원대의 불법 요양급여비 환수 책임은 원장에게 있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범죄 행위자인 사무장은 도망가고 바지원장만이 단두대 위에 올라 홀로 처벌받고 있는 것이다.

 

사무장병원 폐해


사무장병원을 숨기기 위해 의료기관의 외형을 속이는 수법 또한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최근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의사 1~2명을 고용한 뒤 생활협동조합 형태로 병원을 운영해 온 군산·익산지역 병·의원 7곳의 회계 장부를 압수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협동조합 설립의 법적 허점을 악용해 가짜 정관을 만들고 조합 형태의 단순 요양병원을 설립·운영하며 건보공단으로부터 수십억원의 요양급여를 받아내는 수법을 자행했다.


또 충북지역에서 시작 된 의료생활협동조합형 사무장 의원이 전국으로 번져 24개의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실태가 적발돼 법적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생협형 사무장병원으로 건보공단의 급여보험금만을 노리다 십억원 대 환수금 철퇴를 맞게 됐다.


사무장병원은 100억원대 보험 사기의 장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경찰은 최근 환자 진료 없이 숙식만 제공한 채 허위로 입원서를 발부, 건강보험금 15억원, 민간보험금 101억원을 불법 편취한 사무장과 의사, 환자들을 불구속 입건했다.


나이가 많아 수술 및 시술이 곤란한 70대 老의사들로부터 면허를 빌려 모텔형 병원을 설립, 백억원대 의료보험 장사를 벌인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비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의료법 사각지대를 악용, 종교법인이 사무장병원을 세운 사례도 드러났다. 선교를 주목적으로 설립된 종교법인이 ‘의료선교 이행’이라는 한 줄 짜리 정관만으로 의료기관 설립 승인을 신청한 것.


서울 송파구 보건소장은 종교법인이 사무장병원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해 개설을 반려했지만 비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을 막을 수 없는 법적 한계로 행정소송에서 패배, 사무장병원임을 알고도 개설을 허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무장 병원 척결 노력 가속도


이처럼 한국 의료계에 암적 존재로 기생하고 있는 사무장병원 퇴출을 위해 의료계는 물론 정부, 여야 정치권이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불합리한 현실을 타파해 건강한 의료사회로의 정화를 시작하고자 의료계와 정치권이 뜻을 합친 것.


보건복지부는 최근 사무장병원의 업무정지, 개설허가 취소·폐쇄에 대한 행정처분 근거 마련을 골자로하는 의료법개정안을 발의해 지난 5월 28일 국무회의 의결을 마쳤다. 대통령의 정식 공포 절차를 거친 뒤부터는 사무장병원 적발 시 취소 및 폐쇄 명령을 즉시 내릴 수 있게 됐다.


새누리당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의원이 발의한 병원장-사무장 연대책임 의료법개정안은 지난 4월 15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현 사무장병원 책임의 부당성을 개선하고 건전한 의료급여체계를 확립해 건보재정 낭비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 법안의 목적이다.


민주당 김승남 의원 역시 지난 5월 23일 사무장병원 적발 시 벌금 5000만원 등 형사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사무장병원의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됐다.


김승남 의원실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지는데 이는 사무장병원으로 벌어들이는 수익 대비 미약한 금액으로 상벌 불균형만 이뤄진다”며 “처벌법이 미약한 바 노인요양사무장병원 등의 경우 병원인력관리, 환자관리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다수 노인들이 인권침해를 받으며 병원에 방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운영 사무장이 따로 있고 의사 명의만 올려놓는 형식이다보니 환자 수는 넘치고 의료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사무장병원 노인요양시설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도 사무장병원으로 실추된 신뢰 회복을 위해 불법의료 신고센터를 개설했다.
요양병원 사무장병원의 경우 내부 고발이 아닌 이상 적발이 어려운 만큼 회원들의 자정노력을 협회가 나서 촉구한 것이다. 협회는 신고센터를 통해 국민건강 증진과 사무장병원 의사들이 겪는 고통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목표다.


각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무장병원 척결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무장병원이 오랜시간 사회 깊숙히 뿌리박힌 데다 아직까지 법적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무장병원은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영리추구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에 세무비리에서부터 허위입원서, 급여부당청구, 환자 불법유인행위 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의 한 보건소 고위관계자는 “비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가는 사무잘병원을 합법화시키는 것이다. 법에서 제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차츰 음성화 되면서 폐해를 양산하고 있다"며 “의료기관을 도구로 삼아 영리성만을 앞세우다보니 진료비 과다청구, 허위청구 등 파생적 문제들이 대두되는 것”이라며 폐해 현실에 개탄했다.


그는 “행정공무원의 시각에서 법적 잣대를 악용해 사무장병원 범죄를 저지르는게 뻔히 보이는데도 사무장병원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최근 사무장병원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인데 한 번쯤 분수령이 될 필요가 있다. 법적 미흡함을 등에 업고 사회에 만연히 운영되고 있는 사무장병원을 하루빨리 타파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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