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3·5·10’ 기준, '불가침 영역' 아니다
통상범위·일률제공 예외 조항 주목…‘이현령비현령’ 우려 여전
2016.08.23 11:51 댓글쓰기

김영란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법령해석을 놓고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 조항에 대해 권익위원회조차 절대적인 기준이 되기 어렵다고 해석하는 등 법 적용의 모호함으로 난감함을 피력하는 곳이 적잖은 상황이다.

김영란법 시행령 발표 이후 ‘공직자 및 교직원, 언론인이 대접받을 수 있는 식사는 3만원’이라는 통념이 퍼졌다. 

하지만 같은 법 제8조 3항 6호를 보면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 등은 수수금지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제한 금액을 넘는 식사와 기념품이더라도 ‘통상적 범위와 일률적 제공'에 해당하는지 증명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권익위 측에 질의한 결과 “특정 제약사가 호텔에서 제품설명회를 개최하고 1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했다고 가정하자. 이 행사가 참가자 차별 없이 늘 제공돼 왔었다면 허용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는 김영란법 대책을 세우느라 고심하는 기관이나 회사들의 숨통을 터줄 수 있는 부분이다.
 

빈번히 이뤄지는 신약 발매 심포지엄 및 기자간담회, 학술회 등이 관례적인 행사라고 해석 가능하다면 식사 및 경품의 제공 여부나 그 가액이 청탁금지법의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분간 관계자들의 ‘눈치보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기준이 모호해서다. 과연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검증할 수사기관이 통상과 일률의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지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권익위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통상이라는 말의 범위를 명확히 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학술행사 등이 청탁금지법 적용의 예외가 되는지 당장 단언하기 곤란하다는 의미다.
 

그는 또 “적용이 모호하게 될 수 있는 부분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며 “문의된 사항에 대한 해석이 포함된 사례집을 8월 말 경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지난 7월 발표됐던 청탁금지법 해설집을 보면 가액에 관계없이 상황에 따라 뇌물 수수 여부를 결정지은 대법원의 판례가 들어 있다.
 

해설집에 따르면 대법원은 재건축추진위원장이 구청의 주택과장에게 1만8750원과 1만2000원 상당의 점심을 제공받은 사안은 '직무 관련 뇌물'로 판단한 반면, 시청 문화관광과 소속 공무원이 오랜 친분이 있는 공소외인으로부터 4만5000원 상당의 식사와 주류를 제공받은 사례는 '사교적 의례'라고 봤다.
 

물론 이들이 청탁금지법을 적용한 판결은 아니나 앞으로도 법 저촉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은 수수한 금품의 가액만이 아닌 여러 정황이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아무리 해설의 범위가 구체화 되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모든 행사의 위반 여부가 판단될 때까지는 시행착오가 불가피해 보인다.
 

권익위 조차 명확한 답을 유보하는 상황에서 횡행하는 각종 추측들만을 믿고 있을 수 없는 업계로서는 답답함이 클 수 밖에 없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권익위의 더 자세한 발표가 나와 봐야 알 것 같다”며 "준비는 하고 있지만 뚜렷한 행동지침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예외조항이 있다고는 하지만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일단은 모든 행사를 제한하고 있는 상태”라며 위축된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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