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쌓이고 골 깊어진 '심평원-심장학회'
중앙평가위원회 회의 후 양측 입장 더 첨예…의·병협도 가세 방침
2014.07.25 20:00 댓글쓰기

허혈성심질환 적정성평가를 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과 대한심장학회(이하 심장학회)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오해는 쌓이고 골은 깊어졌다. 상호 간 신뢰는 바닥을 쳤고 중앙평가위원회(이하 중평위) 역할과 구성에 대한 문제로까지 논란은 확산됐다.

 

좁혀지는 듯했던 양측의 간극이 급격히 벌어진 건 지난 23일 열렸던 중평위 회의 이후다. 심장학회는 중평위 개최를 "기습 및 반칙"이라고 명명하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반면 심평원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어처구니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도 가세했다. 심장학회를 측면지원 할 방침이어서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첨예한 갈등 아래에는 시각차로 인한 오해와 각자의 입장차에서 오는 좁혀지기 힘든 쟁점이 몇몇 존재한다.

 

허혈성심질환 통합 적정성평가 논란 배경

 

지난 3월 심장학회는 심평원의 허혈성심질환 통합적정성평가안에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 배경에는 5년 전부터 제기됐던 지표의 현실성 문제와 평가 기준의 모호함이 존재한다. 여기에 실무진의 변화와 비용적 문제, 감정적 문제가 얽히며 골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5년 전 AMI(급성심근경색) 적정성 평가가 시작될 당시 학회 집행부와 전문가들은 해외 지표의 한국화 문제, 병원실정을 반영하기 어려운 기준 등을 들어 반대했다. 그럼에도 심평원의 제도시행 의지와 국민 건강, 의료 질 향상이라는 명분에 시범평가에 동의했다.

 

문제는 학회의 집행부가 바뀌며 '수용불가', '전면 재검토' 입장을 표명했지만 심평원이 이를 일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를 기억하는 심평원의 A 평가위원은 "국가제도로 만들어 시행하려는데 학회 집행부가 바뀌었다고 모든 걸 멈추고 설득부터 다시 할 수는 없지 않냐"며 강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평가는 5차를 거치며 심장학회의 요구가 일부 반영돼 개선됐다. 하지만 일선 병원들의 비용부담과 근본적인 지표 적정성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2년여 전부터는 통합을 주장하는 심평원의 태도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의사들조차 참석을 거부하는 등 불씨가 커졌다.

 

PCI 지표 둘러싼 입장차 팽팽

 

이 가운데 심평원이 통합평가를 위해 PCI(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 지표를 추가하면서 쌓였던 불만이 터졌다.

학회는 오랜 기간 통합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해왔고, 적용을 코앞에 둔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협의과정에서 언급된 예산 반영이나 연구용역 역시 확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양보할 수 없다는 이유가 더해졌다.

 

반면 심평원은 학회 전문가들이 함께 동의한 방향인데다 그간 요구사항들을 들어줬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평가로 요양기관간 편차가 거의 없을 만큼 의료 질이 향상된 만큼 통합을 통한 한 단계 발전은 당연한 과정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에 더해 PCI와 CABG(관상동맥우회술), AMI를 둘러싼 흉부외과와 심장학회 사이의 미묘한 관계가 통합평가를 막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부 내비쳤다.

 

이에 심장학회 관계자는 "적정성평가와 전혀 관계없다"고 단언했지만, 심평원 관계자는 "흉부외과가 통합에 찬성하는데 심장학회가 거부하는 것은 알력 때문이 아니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해 시각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관' 고자세 vs '의사' 자존심 충돌

 

이들은 이 외에도 다양한 논쟁점에서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을 드러내며 상대가 말을 바꾸고 있다고 비방하기도 했다.

 

실제 2차 협상과정에 대해 설명하며 B 평가위원은 "협상을 하며 상대에게 회의록을 정리해 보내라고 하는 경우는 어디에도 없다. 명확한 주장이나 근거 없이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회의 협상 태도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심장학회가 회상하는 것은 달랐다. 학회 관계자 C씨는 "논점을 확인하고자 내용을 정리해 달라고 했고, 실무자가 준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자나 물어보니 다음 회의부터 주겠다며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심평원의 협상 태도에 대해서도 "수년간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음에도 강행만을 외쳤다. 아무리 평가를 하는 입장이지만 전문가 의견조차 들으려하지 않는다"면서 공공기관의 고압적 자세를 문제삼았다.

 

학회의 이 같은 답변에 심평원 실무자 D씨는 '황당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까지 요청해서 바꾸지 않은 것이 뭐냐"면서 "지표도 상대에서 절대로 바꿨고, 사망률지표도 뺐다. 심지어 예산도 복지부에 올렸다. 다 주고 평가 유지와 PCI 확대만 들어달라는데 뭐가 더 문제냐"고 반문했다.

 

협상 태도와 의식, 과정에 대한 기억 외에도 이들의 주장은 상충되거나 다른 경우가 많았다. 이에 답답함은 쌍방이 모두 느끼는 듯했다. 심평원 한 평가위원은 "국회나 언론에서 대토론이라도 열어줬으면 좋겠다"며 "허심탄회하게 서로가 가진 생각과 의견을 3자 앞에서 논의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존재 의심받는 중평위… 재정립 요구돼

 

지난 23일 열렸던 중평위에서 허혈성심질환 적정성평가의 안건 상정과 심의 과정에 있었던 문제점들은 중평위 자체에 대한 의혹으로 번졌다. 심의기구로써의 중립성이 훼손된 친(親)심평원적 기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회의 당시 일방적인 회의 분위기에 공급자 대표들은 반발하며 반대를 표했다고 알려졌다. 한 전문자문위원은 회의 진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퇴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에 심평원은 '해프닝'이었다며 사안을 축소하려고만 했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했던 E씨는 중평위와 심평원의 관계를 아버지와 아들에 비유하며 "아들이 문제가 있어 아버지를 찾아가 해결해달라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중평위가)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잃은 듯했다"며 "전문가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회를 재구성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해 심평원 관계자 F씨는 "중평위는 자문기구이자 심의기구다. 사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것일 뿐"이라며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협회대표 및 소비자대표가 함께 하는 것이다. 더구나 실무진이 중평위의 결정에 꼭 따라야하는 것 아니다"라고 중평위의 역할과 위치를 분명히했다.

 

이에 대해 심장학회는 "중평위가 뭐하는 조직인지 모르겠다"면서 "심평원의 주장대로 의결기구라면 심평원이 협상 진행 중에 결정을 내리려 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심평원이 어떤 생각으로 중평위에 안건을 올렸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평위는 현재 22명으로 구성돼있다. 외부에 공개된 이들은 이동현 위원장과 5명의 심평원 소속 상근 평가위원이 전부다. 이들 외에도 심평원 이사회가 위촉하는 5인, 공단이사장이 추천한 2인을 포함하면 기관을 대변하는 이들이 13명으로 과반수이상이다.

 

전문가 집단이자 견제자로 참석하는 이익집단 대표 6명은 내외부적 이권과 관계에 얽혀있어 뚜렷한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자신들과 관련이 없는 안건에 대해서는 굉장히 수동적인 자세를 보인다고 참석한 이들은 전했다.

 

내부에서 조차 견제와 조율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평위가 의결기구로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견제와 협의가 가능할 수 있는 구성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심평원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과연 이번엔 중평위의 구성과 역할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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