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남북 보건의료협력을 위해 남북 보건의료협정 체결이 필요하고, 한반도 건강공동체 구성을 위한 남북한 간 기구와 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이를 위해 참고해야 할 모범사례로 통일 독일과 함께 보건의료 분야에서 남북한 의료인력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4일 연세의료원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유일한홀에서 열린 ‘통일보건의료학회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남북 보건의료협력을 위한 방안으로 이 같은 제언을 내놨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전우택 이사장은 한반도 건강공동체 개념 도입과 보건의료협정 체결을 주문했다.
전 이사장이 강조한 한반도 건강공동체란 기존 남북문제에 있어 단일 국가 형성이라는 ‘통일’ 개념보다 남북한이라는 두 개의 주권을 가진 국가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체’ 개념이 대두된 데 따른 노력이다.
한반도 건강공동체의 필요성은 ▲남북한 감염병의 상호 노출 가능성 ▲인수공통 질환·환경·수질오염·산업폐기물 등으로 인한 보건의료 과제 증가 ▲남북한 국민의 해외 체류 시 응급 치료 가능성과 공동지원 원칙 등에 기인한다.
이를 위해 전 이사장은 남북한 보건의료협정 체결과 건강공동체 구성을 위한 남북한 사이의 기구와 운영을 들었다.
전 이사장은 “동서독은 1990년 통일을 이루었지만, 그보다 16년 전인 1974년 ‘동서독 보건협정’을 맺은 바 있다”며 “이것이 이후 동서독 통일을 이루는 데 실질적으로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전 이사장은 한반도 건강공동체 구성을 위한 남북한 사이의 기구와 운영, 그리고 남북한 사이의 기구 운영 중에 남한 내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기구도 함께 제안했다.
그는 “보건의료협정을 만드는 준비와 협정이 만들어진 이후 실제 시행을 위한 남북공동기구 설치가 중요하다”면서 “남북공동기구 이전에는 남한 내 관련 기구가 반드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기획재정부·통일부·보건복지부와 같은 부처 간 의견 조율이 중요한 만큼 보건의료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남북공동기구가 활동에 들어가기 전에 남한 내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전 이사장은 건강공동체에 대한 전체적인 정책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감염병 관리 및 예방, 응급환자 진료, 모자보건사업, 백신 사업 등 생명과 직결된 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도 강조했다.
고려대 의과대학 윤석준 교수는 보건의료협정에 포함돼야 할 내용으로 ▲남북 보건의료 협력에 관한 기본방향 ▲남북 보건의료 협력 영역 ▲남북 보건의료 협력 방법 ▲남북 보건의료 협력 재원 조달 등을 꼽기도 했다.
“가장 모범적인 사례 독일, 남북 의료인력 고민해야”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한반도 건강공동체 구성을 위해 참고해야 할 모범사례로 ‘통일 독일’ 사례가 제시됐다.
통일 전 동독 의료시스템은 의료 인력을 포함한 인프라의 부족과 노후화·원활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의료물품의 부족을 겪고 있었고, 서독 의료서비스 수준과도 크게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이념을 비롯해 상이한 정치체계 등 요인도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윤 교수는 남북한 의료체계의 상이함에 대해 “북한은 정책·사상적으로는 무상의료·예방의학·고려의학·정성의료 등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며 “이와 반대로 남한은 정부 수립 이후 민간 자본이 중심이 돼 의료전달체계가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또 독일 의료인력 통합사례와 함께 남북한 의료인력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독일은 동독 출신 의사들의 면허를 인정하는 데 있어 조건 없는 수용을 했고, 이는 동독과 서독 의학 교육 및 진료 수준이 국제 수준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6년 기준 87명의 탈북의사 중 남한 의사면허를 취득한 자는 27% 수준인 24명에 불과하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처럼 소수의 인원들을 대상으로 자격을 확인하고 인준하는 것은 무리가 없으나, 남한과 북한이 한반도 공동체 또는 통일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보건의료인력의 자격 인정과 관련된 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