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병원들도 '어렵고 힘들다' 호소
정부 고강도 압박정책에 시름 깊어져…작년 빅5 급여비 점유율 하락
2013.07.14 23:25 댓글쓰기

앞 다퉈 몸집을 불리면서 규모의 경쟁을 펼치던 대학병원들의 분위기가 최근 심상치 않다. 환자 수가 줄고 이로인한 경영 둔화까지 겹치면서다. 여기에 7월부터 종합병원 이상 상급종합병원도 7개 질환 수술 대해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면서 대학병원에 또 한 차례의 폭풍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몸집 불리기 통한 성장 ‘한계’


병원계에 따르면 몸집 불리기를 통한 대학병원의 성장은 한계에 달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대한병원협회가 자체적으로 의료기관 수입과 지출 등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많아 경영 수지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은 상급종합병원 19개, 종합병원 54개, 병원 7개 등 총80개로 이들은 지난 한 해 동안 8조8118억원을 벌어 들이고 8조8321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협 나춘균 보험위원장은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수입보다 203억원이 더 지출돼 수입 구조가 적자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기침체 등으로 의료이용 증가율이 급감한 것도 타격이 크다. 영상장비 수가 재인하 등으로 수익감소까지 겹쳐 의료기관들로선 수지 균형을 맞추기 더욱 힘들어졌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나 위원장은 “병원들의 수지 불균형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며 “당장 진료비 지불체계 개편으로 포괄수가제가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될 예정이기 때문에 수지 악화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 했다.


이어 그는 “경기침체로 의료이용 증가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는 적정 수가가 보전되지 않는 한 병원의 도산은 불가피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서울대 등 빅5 병원의 요양급여비 점유율 ‘하락’은 병원계가 처한 전반적인 어려움의 바로미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2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2년 건강보험 진료비는 47조8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한 가운데 지난해 서울대, 서울아산병원 등 빅5 의료기관이 가져간 요양급여비용은 상급종합병원의 약 35.7%, 전체 의료기관의 7.7%를 차지해 2011년보다 소폭 하락했다.


2011년 빅5 병원 요양급여비 점유율은 상급종합병원의 37.2%, 전체 의료기관의 8.1%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5 병원은 몸집을 꾸준히 키워왔다.


사실 빅5 병원이 차지하는 요양급여비는 2005년 이후 계속 증가했다. 2005년 8409억원에서 2006년 1조685억원, 2007년 1조2803억원, 2008년 1조4070억원, 2009년 1조6436억원, 2010년 1조9791억원이었다.


2011년은 2조971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2012년은 2조975억원으로 4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실제 전체 의료기관 대비 점유율을 살펴보면 2005년 6.5%에서 2006년 7.1%, 2007년 7.3%, 2008년 7.5%, 2009년 7.7%, 2010년 8.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2011년 8.1%, 2012년 7.7%로 소폭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상급종합병원 비교에서도 상대적으로 파이가 줄었다. 2005년 32.8%에서 2006년과 2007년 34.3%, 2008년 35.1%, 2009년 34.8%, 2010년 35.9%, 2011년 37.2%로 성장하다가 지난해 2012년 35.7%로 내려 앉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는 의도적으로 늘리기 힘들기 때문에 각종 검사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병원에서 검사한 파일을 가져와도 무시하고 또 찍고, 비보험 진료의 단가를 올린다”며 “같은 병으로 한 달 동안 두 개 이상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비율이 2010년 18.6%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환자 줄고, 초음파·DRG 등 악재 산 넘어 산”


하지만 병원계는 최근 정부 정책이 대학병원 경영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초미의 관심사는 7월 시행된 포괄수가제에 이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및 3대 비급여 정책 등이 병원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다.


경희대병원 외과 이길연 교수는 “7월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각 병원당 연간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외과 충수절제술, 산부인과 자궁부속기수술의 경우 진료비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대부분의 대학병원이 표준진료지침(Critical Pathway) 적용하면서 인정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를 가능한 줄이고, 동반 상병수술 제한을 검토하는 등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게 이길연 교수의 전언이다.


그는 “이는 전국 모든 상급종합병원의 고민일 것”이라면서 “신용카드 수수료 인상, 초음파 급여화뿐만 아니라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환자 감소까지 겹치면서 대학병원들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정재 교수는 “DRG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비용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고, 편도 및 아데노이드수술과 비강수술을 동시에 실시해도 한 가지 수술비만 보존하기 때문에 이 또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익 구조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4대 중증질환(암·심장병·뇌질환·희귀난치성질환) 보장성이 강화되고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의 급여화가 추진되면 지금처럼 비급여로 수익을 충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목소리다.


고대안암병원 선경 교수는 “비급여로 수익을 낼 수밖에 없는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의료계가 보장성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하에서 비급여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수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미용·성형·비만·노화 치료 등을, 대학병원에서는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 등 비급여 항목으로 수익을 늘려왔지만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제동이 걸리는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 교수는 “대학병원들이 비상이다. 교육·연구·진료 공간을 줄여서 수익사업으로 채워야 하나”라며 “전국 대학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전환하려고 애쓰는 이유도 진료수익 일변도의 재무구조를 다각화하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대학병원이 기존의 진료 중심 재무구조로는 더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중심병원으로 전환해 산업화를 추진하는 등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나섰다는 것이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등 심각한 경영난 위기 예고”


보건복지부는 최근 암 등 4대 중증질환 급여율을 89.8%에서 99.3%로 끌어올리고, 오는 2017년까지 총 8조9900억원(신규 2조3800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4대 중증질환 보장계획’을 발표했다. 약 9조원의 예산을 들여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질환과 관련한 급여율을 99.3%로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각 의료서비스별로 필수급여, 선별급여, 비급여 유지 방침에 따라 건강보험이 확대될 전망이다. MRI, 고가 항암제 등은 필수급여로, 검증은 어렵지만 환자 편익을 위한 서비스는 선별급여로, 미용·성형 등의 비급여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로 병원 경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병원계의 우려가 현실화될 공산이 커졌다는 점이다.


의료계는 “확실한 재원 확보 방안이 없는 보장성 확대는 부적절하다. 복지부가 발표한 계획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인천 소재 한 대학병원 교수는 “4대 중증질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올 1/4분기 급여비가 2.1% 감소했으며 종합병원은 5.7%에 달했다. 비급여를 무리하게 급여로 전환한다면 병원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보험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은 결국 의료공급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보험료 인상 등 추가 재정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병원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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