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장애·응급실 치료 사망···법원 “의사 과실 없다”
각각 4억원대 대법원·고법 소송서 이례적 '판결'
2018.10.30 06:3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분만 중 신생아가 입은 장애를 두고 억대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하며 가족들과 의료진이 오랜 기간 벌인 법정싸움에서 의료진은 잘못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분만 중 장애 입은 신생아···대법원서 파기 환송 네번 재판 “의료진 잘못 없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분만 중 신생아에게 일어난 장애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까지 올라갔다가 파기환송되면서 총 네 번의 재판을 거친 이 사건을 두고 법원은 의료진 무과실로 결론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9년 11월 중순경이다. A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산전 진찰을 받았던 B씨는 임신 38주째인 2010년 6월 10일 양막이 파열돼 A병원에 입원했다.

A병원 의료진 C씨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가 후방후두위 상태였지만 태아심박동 및 자궁 수축은 정상이라고 판단했다.

같은 날 자궁경관 안쪽으로 태아의 머리가 보이자 의료진은 자궁 상부를 7회에 걸쳐 압박하는 질식분만을 시도했다. 이때 태아의 머리는 잘 나왔지만 어깨가 산모의 골반 내에 걸려 잘 나오지 않는 견갑난산이 발생했다.

의료진은 B씨의 양쪽 다리를 배까지 끌어올려 치골궁에 압력을 견인하는 맥로버트 수기법으로 3.92kg의 D양을 분만했다.

출생 직후 D양이 울음은 없고 청색증의 소견을 보이자 의료진은 D양에게 자극을 주면서 기도흡인과 심장마사지, 앰부 배깅을 실시했다. 이 같은 조치에 D양 상태는 다소 호전됐지만 울음이 강하지 않고 양쪽 쇄골 골절이 의심돼 의료진은 상급 병원으로 전원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E대학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D양은 현재 뇌성마비로 인지기능과 발달기능 장애를 보여 뇌병변 1급 장애로 등록된 상태다.

B씨 가족은 “의료상 과실”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B씨 가족은 "의료진은 수기회전이나 재왕절개가 아닌 질식 분만을 시행했고 D양 출생 직후 이뤄져야 하는 기관내 삽관조치가 17분이나 늦어졌다. 또한 기관내 삽관은 직경 3.5~4mm가 아닌 3mm 튜브가 삽입돼 앰부 배깅시 공기가 새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B씨 가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B씨 가족이 이에 불복하고 제기한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의료상 과실으로 인정하며 A병원에 3억7467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A병원 의료진이 기관내 삽관을 시행한 이후 D양에게 적절한 산소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는 기관 내 튜브 직경이 너무 작았다. 의료진이 기관 내 튜브를 제때 적절한 크기로 교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실로 말미암아 D양이 저산소증 뇌손상으로 현재 뇌성마비 장애에 이르게 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3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선고받은 A병원은 항소심에 불복하고 대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한 부분이 있다며 서울고등법원으로 해당 사건을 돌려보냈다.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사건을 다시 심리하면서 대법원의 지적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A병원 의료진이 시행한 기관 내 삽관에도 불구하고 D양은 산소포화도가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호흡관리보다 기질적 원인에 의한 가능성임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D양 뇌손상의 결과가 A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답보되지 않는다. 의료진의 과실과 D양의 뇌손상 사이에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환자 전형적 증세 보이지 않으면 의료진 ‘무과실’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환자가 사망했더라도 치료 중 뚜렷한 증세를 보이지 않았을 경우 의료진에게 과실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4억원 가량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사망 전(前)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유가족의 청구를 기각하고 의료진에 과실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1년 12월 8일 오후 10시경 구토 및 의식저하, 좌측 편마비 등의 증세로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A씨가 내원한 직후 B병원 의료진은 CT 촬영을 실시했지만 뇌경색, 뇌출혈 등의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혈전용해제 투여를 계획했지만 A씨는 좌측 편마비 증상이 호전됐다며 혈전용해제 투여를 거부, 취소했다. 의료진은 A씨에게 뇌졸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헤파린과 프로타민을 투여했다.

9일 오전 6시 재차 CT촬영을 했으나 뇌경색, 뇌출혈 등의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후 6시 29분경 망인에게 심정지가 발생해 의료진이 심폐 소생술을 시행했지만 오전 7시 48분경 사망했다. A씨 유가족 측은 의료진이 급성 심근경색을 진단하지 못했으며 활력징후 등 망인에 대한 관찰이 소홀했고 동맥혈가스분석 등 교정 조치나 추적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A씨에게 심근효소 수치 상승, 산혈증 등이 발생했음 에도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구할 기회도 박탈했다”면서 “A씨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했음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2차례의 CT촬영 결과 뇌경색 소견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B병원 의료진이 망인에 대해 뇌경색을 확진하기 위한 MRI 촬영 등을 시행하지 않은 채 뇌경색 발병 가능성을 전제로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의료진이 급성 심근경색 진단과 관련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A씨 가족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심을 제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원고들은 의료진이 망인에 대해 급성 심근경색을 의심하고 심장초음파나 관상동맥조영술 등 급성심근경색을 감별하기 위한 추가 검사를 시행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심근효소 검사에서 모두 정상범위 내에 들었던 A씨의 경우 반드시 심장초음파 내지 관상동맥조영술까지 시행했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심정지가 발생하기 전까지 급성 심근경색에 전형적인 임상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침습적 의료행위로 인해 악결과가 발생한 경우도 아니다. 의료진이 망인의 심근경색 발생 가능성을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것을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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