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 보험약관, 잇단 가입자에게 유리한 해석
소비자분쟁조정委·대법원 등 의료계 입장과 다른 판단
2020.04.17 19:0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의료계 다수 의견 무관하게 보험약관의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경우 피보험자에게 가장 유리하게 해석하는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최근 ‘직장 신경내분비종양’을 암으로 인정해 보험회사가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40대 A씨는 2013년과 2017년 각 1개씩 K생명보험회사 종신보험상품에 가입한 후 2018년 4월 B병원에서 ‘직장 신경내분비종양’을, C병원에서 ‘직장 악성 신생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이를 근거로 보험회사에 암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암 확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제3의 의료기관에서 재감정을 요구했다. 당연히 보험금도 지급되지 않았다.

보험회사는 “직장 신경내분비종양 진단을 암 확진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제3의 의료기관을 선정해 A씨 종양을 암으로 확정할 수 있는지 의료감정을 실시한 후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회사는 즉시 A씨에게 암 보험금 817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위원회는 ▲A씨 종양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악성 신생물로 분류되는 암으로 충분히 해석이 가능한 점 ▲보험약관의 암에 대한 해석과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하는 점 ▲세계보건기구 소화기계 종양 분류에 따라 직장 신경내분비종양이 악성 암으로 인정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외에도 보험 약관이 다의적으로 해석된다는 이유로 의료계 다수 주장과 배치됨에도 피보험자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7월 보험계약 약관에서 정한 ‘암’이 다의적으로 해석돼 약관 조항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작성자 불이익 원칙에 따라 직장에서 발견된 1cm 미만의 용종을 암에 해당된다고 해석했다.
 

B씨는 직장에서 발견된 1cm 미만의 용종을 제거하기 위해 병원에서 대장내시경 하 용종절제술을 받은 후 진료를 받은 대학병원에서 ‘병명: 직장의 암양 종양, 한국질병분류번호 C20C’라고 기재된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대한병리학회는 이 사건 종양과 같이 크기가 1㎝ 미만이고 점막층과 점막하층에 국한되며 혈관침윤이 없는 직장 유암종의 경우 암이 아닌 경계성 종양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병리학회 분류체계가 외국 자료를 참고해 작성한 논문과 해당 논문에 포함된 설문조사 결과인 만큼 대부분의 병리 전문의가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그 합리성을 섣불리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약관에서 보험금 지급액 범위를 정하는 기준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의해 해당 사건 종양을 암으로 보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험약관은 공정하고 합리적이되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이런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 조항이 다의적 의미를 갖는다면 피보험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점막 내 암종’은 상피내암으로 봐야 한다는 의료계 주장에도, 상피내암에는 점막 내 암종을 제외한 상피 내 암종만이 해당한다고 제한 해석한 판례도 있었다.
 

대법원은 “의료계 다수가 ‘점막 내 암종’을 상피 내 암으로 보는 견해를 갖고 있지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상 상피내암이 아닌 암으로 보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막 내 암종은 상피내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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