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腸) 기생충 분비 물질, 만성 알레르기 천식 효과'
독일 뮌헨공대 연구진, '사이언스 중개 의학' 논문 게재
2020.04.28 14:16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장(腸)의 기생충은 인간과 공존하면서 숙주 면역체계를 교란하는 회피 기제를 진화시켰다.


기생충이 구사하는 대표 전략은 숙주의 염증반응을 제어하는 면역조절 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런 세포로는 조절 T세포, 조절 B세포, 대체 활성화 대식세포 등을 꼽을 수 있다.
 

선충류 Hpb(학명 Heligmosomoides polygyrus bakeri)는 인간의 장에 사는 대표적인 기생충 중 하나다.
 

이 선충의 분비 물질에서 분리한 TGF-베타(종양 성장인자 베타) 유사 리간드(수용체 등 고분자 특이 결합 물질)는 조절 T세포의 분화를 강하게 유도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그런데 Hpb가 다양한 면역조절 대사 경로를 자극하기 위해 분비하는 특정 단백질(글루탐산 탈수소효소)을 독일 뮌헨 공대(TUM)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숙주 면역세포의 항염증 매개 물질은 이런 대사 경로를 거쳐 형성되는데 이와 동시에 염증 매개 물질은 줄어든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Hpb 글루탐산 탈수소효소가 천식 등 만성 호흡기 질환의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걸 동물 실험과 인간 배양세포 실험에서 확인했다.
 

TUM의 율리아 에서-폰 비렌 박사팀은 관련 논문을 27일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했다.
 

에서-폰 비렌 박사는 "이 단백질은 면역반응을 약화하는 효능을 가져, 만성 기도 염증의 유망한 후보 치료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알레르기성 천식 같은 만성 호흡기 질환은, 류코트리엔(leukotriene) 등 염증 매개물질의 과잉 생성에 따른 면역 과민반응으로 생긴다.
 

현재는 이런 환자에게 코르티손(cortisone) 호르몬 제제가 주로 투여된다. 하지만 관절염 등의 부종 치료에 많이 쓰이는 이 제제는 염증 또는 항염증 매개 물질에 전혀 작용하지 않는다.
 

Hpb 글루탐산 탈수소효소는 또한 대식세포의 전염증성(pro-inflammatory) 작용도 강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Hpb 분비 단백질의 항염 효능이 코르티손 호르몬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시사한다. 만성 염증은 대식세포가 항상 활성 상태에 있을 때 생긴다. 그러나 최종적인 치료제 개발까진 갈 길이 멀다.
 

에서-폰 비렌 박사는 "현재 전임상 단계여서 풀어야 할 의문점이 많이 남아 있다"라면서 "예를 들면 인체의 기도 세포가 이 단백질에 어떻게 반응할지, 전반적인 면역계에는 어떤 작용을 할지 등은 아직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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