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醫人)이자 문인(文人), 작가 장성구교수 ‘울림’
시집·가곡집·수필집·칼럼집 쉼 없는 창작활동···유려한 필력에 경륜 담겨
2020.08.18 09:5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조선 후기 성리학자 ‘화서(華西) 이항로’ 선생과 그의 가르침을 받은 문인들을 일컫는 화서학파(華西學派).


개항기에서 일제 강점기까지 전개된 민족운동의 중심에 바로 화서학파가 있었다. ‘위정척사’로 대표되는 한말의 성리학은 외세 침략에 적극 항쟁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념이기도 했다.


국내 의학계 수장인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은 화서학파 가문 출신이다. 평생 진료현장에서 의술(醫術)을 펼치면서도 문인(文人)의 꿈을 놓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숙명이었을지 모른다.


정년을 몇 년 앞둔 지난 2014년 문학시대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하더니 이후 왕성한 집필력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창작 분야도 광범위하다. 시집은 물론 가곡집, 수필집, 칼럼집에 이르기까지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사회적 경륜 만큼이나 도탑고 유려한 필력으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인물 평전 ‘만락헌(晩樂軒) 장석인 공’은 의학계에 ‘글 쓰는 의사’로 각인시킨 작품이다.


구한말 항일 군자금 지원 및 교육사업을 전개한 인물 평전인 이 책은 증조부인 장석인 공의 애국 헌신한 삶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모범이 되는 삶의 안내서를 자임하는 차원서 집필했다.


장성구 회장은 “저명한 역사적 인물은 아니지만 암울했던 시대 무엇을 추구했고 어떠한 사회적 기여를 통해 이웃과 가족을 지켰는지 살펴볼 가치가 있다”고 집필 취지를 밝혔다.


2014년에는 ‘한국의 슈베르트’로 불리는 故 김동진 선생의 곡에 자신의 시를 입힌 가곡 12편을 모아 유명 성악가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초심’이라는 가곡집을 냈다.


경희대학교 음대 교수로 정년 퇴임한 김 선생과는 배뇨치료를 위해 찾아온 진료실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의사가 시와 수필을 쓴다는 얘기를 듣고 김 선생이 먼저 “곡을 붙여 주겠다”고 제안했다.


부담감에 손사래를 쳤지만 나중엔 “왜 시를 갖고 오지 않느냐”며 역정까지 내는 바람에 뜻을 꺾지 못했다고 한다.


장 교수는 시를 건넸고 이후 김 선생은 2005년까지 12편의 가곡을 작곡했다. 지금은 유작이 된 고향의 달, 2003년 한국, 도솔천 등이 이 CD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듬해 발표한 ‘여강의 꿈’은 그의 첫 시집이었다. 고교시절부터 써온 56편의 시와 가곡집 ‘초심’에서 발표한 12편까지 총 68편이 수록됐다.


한국문학계의 원로 성춘복 선생은 “장성구 시인이 쓰는 쉬운 어휘는 속도감이 있어 독자에게 뜨거운 공감과 깊은 교감의 파장을 지닐 수 있게 한다”며 극찬했다.


2016년에는 수필집 ‘이 몸은 내 몸이 아니오’를 출간했다. 창작의 자양분이 된 어머니 이야기, 병상의 늙은 부모를 두고 이재를 저울질하는 자식들의 모습 등 다양한 사색을 담아냈다.


지난해 내놓은 시집 ‘능소화가 보낸 시’는 일상생활,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 세태 비판, 가족과 지인에 대한 애틋함 등을 그만의 언어로 표현하며 문인 장성구의 색채를 또렷이 했다.


최근 선보인 칼럼집 ‘종심(從心)의 언덕’은 그의 오랜 경륜과 필력의 결정판이다. 이 책에 의학자이자 교육자로서 경험과 사회를 향한 삶의 철학들을 50여 편의 칼럼으로 담았다.


이 시대 지성인으로 살아온 장성구 회장이 느끼고 경험한 세상사에 대한 통찰력을 엿볼 수 있어 남녀노소 많은 이들에게 귀감과 감명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장성구 회장은 “저자와 동시대를 살아 온 사람들이 당시 사회상을 기억하며 과거를 공유하고 앞날을 그려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의사는 천직이지만 문학은 열정”이라며 “진료실 밖에서 마음이 아픈 사람과 또 다른 방식으로 교감을 나누고 치유를 논하는 게 문학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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