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필수의료 제공과 의료기관 간 연계를 맡는 지역책임의료기관이 전국 15개 중진료권에서 2년 넘게 지정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병원 건립 지연뿐 아니라 신청 의료기관 지정요건 미충족, 민간병원 참여를 끌어내기 어려운 제도적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지역의료 지원사업 현황과 개선 과제’에 따르면 전국 70개 중진료권 가운데 지역책임의료기관이 지정된 곳은 55곳이다. 나머지 15개 중진료권은 2024년 추가 지정 이후 올해 6월까지도 지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인구 규모와 이동시간, 의료이용률, 의료공급계획 등을 고려해 전국을 70개 중진료권으로 구분하고 각 중진료권에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기로 했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은 양질의 필수의료를 제공하고 지역별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보건의료기관과의 연계·조정을 담당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4년 1월 지역책임의료기관 지정 공고를 내고, 같은 해 3월 말 14개 중진료권에 기관을 추가 지정했다.
이어 4월에도 추가 지정 공고를 실시했지만, 15개 중진료권은 끝내 기관을 지정하지 못한 채 공백으로 남았다. 이들 지역은 현재까지도 미지정 상태다.
미지정 사유는 지역별로 갈렸다. 부산서부권과 대구동북권, 세종권, 대전서부권, 춘천권, 나주권, 해남권, 여수시, 영광권, 진주권, 제주시 등 11곳은 지자체가 지정 신청을 하지 않았다.
남양주권과 부산동부권, 광주광서권, 대전동부권 등 4곳은 지자체가 신청했지만 의료기관이 지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주요 지정기준은 종합병원급 이상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이면서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주요 진료과목 10개 가운데 7개 이상을 운영하고 간호관리료 차등제 3등급 이상을 갖추는 것이다.
특히 종합병원급 국공립 의료기관이 없는 일부 지역은 새 공공병원 개원이 늦어지면서 책임의료기관 공백도 장기화하고 있다.
서부산의료원은 당초 2026년 개원을 목표로 했지만 2028년으로 늦어졌다. 또 대전의료원은 2030년, 경상남도 서부의료원은 2029년으로 개원 시점이 각각 연기됐다. 공사비 상승과 인허가를 포함한 행정절차 지연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예산정책처는 “기존에 계획된 공공의료기관의 조속한 개원과 민간 의료기관의 책임의료기관 지정 활성화 및 지자체의 신청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등 지역의 의료접근성 확보 대책을 면밀히 수립·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병원 개원을 앞당기는 동시에 기존 민간병원의 책임의료기관 참여도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법적 역할 명확히 하고 지자체·민간 참여 늘려야
그러나 현행 공공보건의료법과 하위법령에는 책임의료기관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고, 권역책임의료기관과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역할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예산정책처는 “이 같은 구조가 민간 의료기관의 책임의료기관 참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권역·지역책임의료기관도 대부분 국공립 의료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복지부는 미지정 중진료권에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필수의료 특별법 제정에 따라 중진료권 재설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의료기관 지정 등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예산정책처는 중장기적으로 책임의료기관의 책무와 기능·역할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지자체의 신청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기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으로 추진되는 포괄 2차병원 지원사업의 대상이 되는 민간병원을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책임의료기관은 단순히 병원 한 곳에 지위를 부여하는 사업이 아니라 지역 내 중증환자 전원과 퇴원환자 연계 등 의료기관 사이의 협력을 조정하는 역할”이라며 “공공병원 개원만 기다리면 공백이 수년간 더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존 민간 종합병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와 지원 방식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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