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개선없는 중환자실 적정성평가 '연목구어''
학회 '전담 전문의 제도화 등 장기적 측면서 현실성 있는 수가시스템 절실'
2014.09.12 20:00 댓글쓰기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인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와 더불어 합당한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김동찬)는 지난 12일 연세암병원에서 ‘2014년 세계 패혈증의 날’을 기념하는 심포지엄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가시스템 개선 필요성과 전담 전문의 상주 등을 주장했다.

 

특히 9월 13일 패혈증의 날에 초점을 맞춰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가 있을 경우 사망률을 급격히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4만명의 패혈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항생제 투입을 비롯해 인공호흡기, 수액요법 등을 통한 집중 치료가 이뤄지고 있지만, 사망률은 높게 매우 높게 보고되고 있다.

 

패혈증에 걸릴 경우 다른 질환에 비해 입원기간이 약 4배 정도 길어진다. 입원 치료비는 전체 중환자실 진료 비용의 약 40%에 달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국민들 인식은 매우 낮다.

 

학회에 따르면 특정 설문 조사에서 급성심근경색(80%), 뇌졸중(93%)은 정확이 알고 있다고 답한 반면 패혈증은 고작 35%만이 어떤 질환인지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동찬 회장[사진]은 “패혈증 증상은 보통 고혈이 나고, 백혈구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다”며 “심한 경우 모든 장기 기능이 마비돼 결국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체 내 어떤 염증이라도 관리되지 않으면 병균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게 된다”며 “국내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은 40%에 육박하기 때문에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제1순위로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를 제도화를 제언했다. 미국을 비롯한 다수의 해외 연구 결과에서도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상주할 경우 사망률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

 

김동찬 회장은 “조기 진단 및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담전문의가 배치되면 패혈증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서는 미비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분야에서도 사고 예방을 방지하기 위해 선(先) 투자가 중요하지만 특히 국민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 분야에서는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한다. 이를 통해 전문인력을 확보했을 경우 패혈증 관련 불필요한 의료비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피력했다.

 

중환자실 운영 체계 개선 좌우할 ‘적정성 평가’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는 대한중환자의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한 연구용역 예비평가를 통해 선정한 지표로 만들어졌다.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적정성을 평가받게 된다.

 

평가지표에는 ▲전담 전문의 1인당 중환자실 병상 수 ▲병상 수 대비 간호사 비율 ▲전문장비 및 시설 구비 지표 ▲진료 프로토콜 구비율 ▲심부정맥 혈전증 예방요법 실시 환자 분율 등이 포함됐다.

 

모니터링 지표는 ▲인공호흡기 사용 환자 비율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 발생률 ▲요로 카테타 관련 감염 발생률 등을 기준으로 마련됐다.

 

현재 중환자실 근무배치 시간 동안 타 업무 병행이나, 근무기간 동안 교대근무가 불가능하다. 부득이한 경우에만 1일 4시간, 주 2일 이내 외래 등 다른 진료를 할 수 있다.

 

이번 평가에서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수를 분모로, 중환자실 병상 수를 분자로 한 수치가 측정될 예정이다.

 

김동찬 회장은 “적정성 평가와 더불어 중환자실을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수가시스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자칫 중환자실 기능과 필요성만 강조하는 쪽으로 평가가 진행되면 '연목구어(緣木求魚)'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병원 이송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많은 관심을 갖고, 제도 개선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중환자실은 관심 밖으로 벗어나 있어 ‘깨지기 쉬운 유리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동찬 회장은 “이번 평가는 무엇보다 고가 장비와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 중환자실 관련 ‘헛된 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세계 패혈증의 날을 맞아 중환자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위한 정부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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