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헬스 애플·구글·삼성 '新 삼국지'
전세계 8조원 시장 선점 위해 글로벌 3사 각축전 치열
2015.04.09 12:33 댓글쓰기

누가 더 매력적인 모바일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가? 애플, 구글, 삼성이 모바일헬스케어 시장 선점 경쟁이 뜨겁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의 도래로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모바일헬스케어 시장은 2018년 8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애플, 구글, 삼성 등 글로벌 IT기업은 혈압, 맥박, 심장박동 수 등이 측정 가능한 웨어러블 기기를 속속 내놓으며 헬스케어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최종 목표는 생태계 구축이다. 자사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병원, 환자, 의료기기, 스마트폰이 연결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환자-의사’ 연결고리 만든 애플


지금까지의 성적으로 볼 때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애플이다. 대형병원을 자사 울타리 내로 끌어들여 건강관리가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의료 영역에서 자사의 입지를 굳건히 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통신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유명병원 10곳 중 6곳은 애플의 건강관리 플랫폼 ‘헬스킷’(HealthKit)을 만성질환자 관리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스킷은 애플 운영생태계에 포함된 모바일기기 및 앱을 통해 사용자의 혈압, 몸무게, 심장박동, 운동량 등의 건강정보를 집합하는 플랫폼이다. 의사는 플랫폼에 저장된 환자의 건강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가능하기 때문에 응급상황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애플은 미국 내 최대 전자건강기록(EHR)회사인 ‘에픽 시스템즈’(Epic system)과 협업으로 원격 진단의 정확성을 높였다.


에픽 시스템즈는 자사의 EMR을 이용하는 병원 환자가 직접 의료 기록을 확인하고, 의료진과 소통할 수 있는 개인 건강 기록(PHR: Personal Health Record) 시스템 '마이차트(MyChart)'를 헬스킷에 지원하고 있다.


기존 의료서비스와 헬스킷의 연결하려는 시도는 최근 공개된 ‘리서치킷’(Research Kit)에서도 확인된다. 리서치킷은 전문가용 질병연구 플랫폼이다. 임상기관은 전 세계 7억대 아이폰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 유전체학 교수 에릭 샤드트 박사는 “리서치킷을 사용해 일개 장소가 아닌 폭넓은 지역에서 더 많은 천식 환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폰의 첨단 센서를 통해 천식 환자의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고, 더욱 정확한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리서치킷을 활용한 파킨슨병, 천식, 당뇨, 유방암, 심장 연구 등 5개 앱이 개발된 상태다. 공식 배포는 4월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리서치킷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 따르면 심장질환 연구를 시작한 지 단 하루도 안돼 1만1000명의 참가자가 몰렸다. 심혈관 건강 조사 의료 실장 알란 영은 블룸버그 비즈니스(Bloomberg 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의학 연구에 참가할 만 명의 참가자를 모집하는 데는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애플이 의료기관 선점에 성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승리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로이터 통신이 조사한 23개 병원 중 대다수가 구글의 헬스케어 플랫폼 ‘구글핏’(Google Fit)도 사용해보고자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혈당측정 콘텍트렌즈·글래스 등 웨어러블 하드웨어 강세 구글


구글 역시 헬스킷이 출시된 6월에 자사의 개방형 건강관리플랫폼 구글핏을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구글핏 역시 웨어러블 기기와 앱을 통해 건강정보를 수집하는 점에서 헬스킷과 동일하다. 개방형 플랫폼이기 때문에 다수의 개발자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애플이 헬스킷 출시 때부터 의료기관과의 연계를 염두에 둔 것과 달리 아직까지 수집된 건강정보를 의료기관과 직접적으로 연결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구글의 차별점은 하드웨어다. 스마트 콘택트렌즈와 구글 글래스 등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지난해 1월 당뇨병환자용 스마트 콘택트렌즈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렌즈에는 소형 글루코스 센서와 무선전송장치가 내장됐다.


눈물 속에 있는 글루코스 수치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 혈당 체크를 위해 손가락을 찔러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3억8200만명에 달한다.


구글은 본격적인 개발을 위해 제약회사 노바티스와 지난해 7월 손을 잡았다. 노바티스 최고경영자 조 히메네스는 당시 “5년 안에 스마트렌즈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한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는 “구글은 전자기기를 소형화하는 최신 기술을 사용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구글은 지난 2013년 구글글래스를 선보였다. 구글글래스는 사용자의 두 손을 자유롭게 하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의 쓰임새가 높을 것으로 평가받았다.


미국 보스턴의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병원은 2013년 말 구글글래스 도입해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하기 전 구글글래스로 병실 입구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해 병력과 현재 건강상태 등의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있다.

 

또한 인디애나 대학병원 외과 의료진은 구글글래스를 쓴 채로 진단영상을 확인하고 복부 종양 제거수술을 실시했다. UC어바인 메디컬센터에서는 술기 교육에 구글 글래스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지난 1월 구글글래스 1세대를 단종하고 새 버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BBC는 “구글이 이번 판매 중단을 사업 진화의 한 단계로 묘사하려고 했지만 적어도 현재로선 구글 글래스는 죽은 게 확실하다”고 평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선순환 노리는 삼성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12월 ‘삼성디지털헬스플랫폼’(SDK)을 공개하고 개발자와 의료기관 등 파트너와 헬스케어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공개한 24개 파트너 명단에는 클리블랜드클리닉, 휴매나 등 세계 정상급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시그나·애트나 등 미국의 주요 건강보험 회사도 포함됐다.


또한 웰독처럼 재택 의료진단 서비스 업체는 물론 스탠퍼드대,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 캠퍼스(UCSF)와 같은 유수의 연구기관과도 협력하고 있다.


삼성 생태계에서 모여진 정보는 삼성전자의 클라우드 플랫폼 ‘사미’(SAMI)로 저장 및 분석돼 가치 있는 정보로 전환된다. 사미는 개방형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다.


사미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 기기 심밴드에서 측정한 생체정보도 수집한다. 심밴드는 심장박동, 호흡, 혈압 등 각종 건강정보를 측정할 수 있도록 각종 센서가 하나의 모듈로 통합돼 있다. 때문에 새로 개발되는 센서라도 기존 제품에 쉽게 추가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삼성 플랫폼의 운영체제인 타이젠은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비교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애플, 구글 생태계에 이미 익숙한 개발자, 사용자를 어떻게 삼성 연합으로 만들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물론 삼성은 기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용으로 개발한 헬스 앱 ‘S헬스’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FDA의 ‘시판 전 신고’도 완료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보스톤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과 모바일헬스 기술을 개발 중이고, 샌프란시스코 메디컬센터와도 협력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갈 길 먼 국내 모바일헬스 시장

전 세계 모바일헬스 시장은 이들 글로벌 IT 기업의 삼파전으로 기술의 혜택을 시시각각 누리고 있지만 국내는 예외다. 의료와 ICT 간 융합이 이뤄지고 있기는 기술 혁신을 제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정부는 최근 ICT 융합 신제품의 신속한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신속처리 및 임시허가 제도’와 인증절차 간소화 내용을 담은 ‘ICT 융합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했다.


아직 근거 법령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인허가를 받지 못하는 ICT 융합 신규기술 서비스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임시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타 부처 소관인 기술 서비스는 이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허가된 덱스콤셰어시스템과 같은 원격 혈당관리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개발되더라도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될 것”이라며 “기술 개발이 규제 내에서만 이뤄지게 된다면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10년 째 반복된 원격의료에 대한 소모적 논쟁 역시 제도 개선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이로 인해 애플이 의도한 모델을 이미 시도한 의료기관-ICT기업 합작사들 역시 태생적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MR(전자의무기록)과 모바일헬스로 측정된 라이프로그 자료를 통합하면 맞춤형 치료에 필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지만 법적 제한 때문에 시도되지 못하고 있다.


원격의료에 대한 단순한 찬반 논리에서 벗어나 각 이해 관계자가 모여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른 구체적인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스마트의료 전문가는 “변화하는 의료 패러다임에 저항할 수 없다면 방법은 실익은 챙기고 손해는 최소화하는 지혜를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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