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심사체계 개편→'경향심사 전환' 초미 관심
의료계 “건별심사보다 오히려 부작용 커” 반발···1차회의서 “거부” 천명
2018.10.20 06:33 댓글쓰기

‘심사체계 개편’은 전면 급여화 과정에 맞물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요양급여비 청구와 지급 그리고 삭감의 기준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 변화에 의료계 촉각이 곤두서있는 것이다.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투입될 건강보험 재정이 많아져서 심사를 통해 별도 영역을 확보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하지만, 정부는 ‘옥죄는 건별 심사’에서 ‘자율성을 담보한 기관별 심사’로의 전환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저 멀리 방향성은 보이는 듯한데 가까이에선 아직 모호한 심사체계 개편, 그 내막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전면 급여화 따른 심사방식 변화 

지난 1999년 전국의 직장조합과 지역조합, 의료보험관리공단 등이 전국 단일조직으로 통합되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면서 의료보험연합회는 이듬해인 200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재탄생했다.

의약분업 등 의료정책 변화와 맞물려 보다 구체적인 요양급여비 심사기능이 새롭게 탑재되고 강화됐다. 기관 명칭에서부터 구체화된 ‘심사’는 곧 심평원을 뜻하는 의미가 됐다.

지난 2016년 서울 서초동에 위치했던 심평원 본원이 원주로 이전하면서 지방에 배치된 10개 지원 역할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쟁점은 종합병원 심사까지 지원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업무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2017년 8월, 문재인 케어가 발표되면서 전면 급여화의 포문이 열렸다.

국가가 보장하는 의료서비스가 많아짐을 뜻하기에 국민들의 만족도는 높은 상태고, 관행수가 후려치기를 당해왔던 의사들의 반대 및 반발감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심평원은(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심사물량이 몇 배로 많아지게 되는 전환점을 맞는다.

이는 ‘전면 심사화’로 해석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만큼 심평원 입장에서도 부담감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심사체계 개편은 많아지는 심사물량을 모두 다 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어느 정도 흐름을 파악하는 수준에서 개입하겠다는 심평원 내부의 업무 효율성을 위한 조치다.

물론 수없이 보도되는 삭감의 억울함, 지역마다 다르다는 '이현령 비현령(耳懸鈴 鼻懸鈴)' 기준부터 최근 불거진 요양병원 암환자 통삭감 사례까지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심사업무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심사체계 개편은 문재인 케어가 진행되는 과정 속 가장 필수적인 관문이자 이해관계자인 의료계와의 관계 형성에 있어 중요한 의미가 내포됐다.

비단 의료계와의 이해관계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권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인정과 불인정 경계에서 환자 역시 밀접하게 연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경향심사, 일관성→융통성 변화  

심사체계 개편은 ‘경향심사’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아직은 완벽한 규정과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에 경향심사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건건이 이뤄지는 심사에서 기관별로, 질환별로 큰 묶음의 흐름을 가져가는 형태의 심사를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5월 심사체계개편단을 구성했고 이 조직을 통해 다양한 연구와 협의과정을 거쳐 2019년 1월 경향심사 적용을 준비 중이다. 상위기관인 복지부 차원에서도 심사체계개편TF를 조직한 상태로 유기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은 복지부가 잡고, 세부항목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심평원이 근거를 만드는 통상적 절차를 거치고 있다.

경향심사 전환을 두고 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심사의 방향이 비용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다. 특정 기관을 타깃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기관을 대상으로 형태가 이상한 의료기관이 확인되면 추가로 알아보겠다는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건별심사 문제가 해소되면 이른바 ‘심평의학’이 부정적 의미가 아닌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 와의 협의를 통해 갈등은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승택 심평원장 역시 “경향심사는 의료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자율성과 의료인의 책임감이 공존하는 변화가 곧 심사체계 개편이다”라고 정의했다.

이 같은 기준이 설정된 가운데 심평원 실무부서에서는 심사체계 개편 초안을 만들었다. 경향심사를 골자로 하는 심사 방향성이 담겼다.

건별 심사에서 기관별 진료경향을 파악해 왜곡된 청구가 지속적 으로 이뤄지는 기관에 대해 심층심사를 진행한다는 골자다.

경향분석, 집중분석, 중재, 적용의 단계를 거쳐 ▲의료 질과 비용 통합관리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영역 ▲공공성이 강하고 전문성과 자율성 보장이 필요한 영역 ▲과잉진료 영역 ▲의료 이용 왜곡이 우려되는 영역을 대상으로 심사를 우선 진행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쟁점이 되는 절차는 ‘중재’로 여기에 동료의사가 참여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형태의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심사 조정 시 동료의 판단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심평원 중앙심사조정위원회에 심사위원 일정 비율을 의약단체 추천 인사로 구성하고 ‘심사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기존 심사체계와는 다른 형태의 안건이 공유됐다.

심평원 이영아 심사체계개편추진반장은 “청구시점에는 필수 사항만 점검하고 심사를 결정하게 된다. 선제적으로 심사결정 후 분석지표에 의해 기관별 진료경향을 관찰하고 분석할 것이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질(質) 하락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심사체계 개편이 이뤄지면 국민은 적정한 의료를 보장 받고 의료계는 진료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 진료환경이 만들어 질 것이다. 임상진료지침에 근거한 심사결정 기전이 확보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 “책임전가·진료 질(質) 하락 등 경향심사 반대”

현재 심사체계 개편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고 큰 범주 내에서는 방향성이 확보된 상황이다. 의료계도 심사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기존 ‘심평의학’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경향심사 방향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다.

그 이유는 뭘까. 진료경향을 중심으로 심사가 이뤄지면 과소 진료와 이에 따른 과소 청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심사체계개편특별위원회 이필수 위원장은 “획일화된 경향심사체제에서는 다양한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의사의 소신진료가 부당청구나 과잉진료로 분류될 수 있다. 의료서비스 질 저하를 초래할 소지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역시 동일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심평의학을 개선하겠다는 방법으로서도 경향심사는 매우 미흡하다. 건별 심사제도와 같이 행해오던 지표 연동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심평의학이 공고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목소리를 냈다.

의료계가 바라보는 경향심사는 건별로 급여기준에 적합한지 심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진료 평균치를 설정하고 이를 벗어나는 의사나 기관에 대해 집중 심사와 이에 따른 삭감을 하는 방식으로 해석되고 있다.

자율성을 보장한다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전환돼 오히려 건별 심사보다 큰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심평원 심사체계 개편의 필요성은 인식되고 있으나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9월 중순 열린 1차 심사체계 개편 협의체 회의에서 의협은 참석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자리를 떠났다. 당시 참석했던 의협 변형규 보험이사는 “경향심사만 다루는 것인지 몰랐다. 이미 심평원은 심사체계 개편을 경향심사로 설정하고 통보하는 식으로 발표했다”고 강한 불만을 피력했다.

의협 측은 경향심사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사전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심평원이 안(案)을 발표했다는 주장이다.

지속되는 이 갈등을 봉합하고 내년 1월부터 적용될 경향심사가 어떤 방향으로 적용될지 향후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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