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청(廳) 승격 질본···행안부·복지부 '재검토'
9일 신현영의원 개최 정책토론회서 비판론 쏟아져, '독립성 제고'
2020.06.10 04:5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행정안전부(행안부)·보건복지부가 9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개최한 질병관리청 개편방안 토론회에서 ‘난타’ 당했다.
 
앞서 정부는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를 청(廳)으로 승격시키면서 질본 내 국립보건원을 복지부로 이관하고 연구조직을 사실상 없애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는데, 질병관리청으로 위상이 높아지는 것과는 달리 인력·예산 등이 오히려 줄면서 논란을 초래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전해철 의원 등 중진 의원들도 ‘부처 이기주의’를 언급했고, 행안부·복지부 등은 한껏 몸을 낮췄다.
 
이 의원은 “이제 코로나19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고, 체제 개편 문제도 다룰 때 됐다”면서도 “중간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연구기관 이전·예산 삭감 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해철 의원도 “국민적 염원이 담긴 법안이 현장 이야기와 필요한 걸로 이뤄지지 못 하고 부처 이기주의 등에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토론회를 개최한 신현영 의원은 행안부·복지부에 질병관리청 관련 부처의 ‘검토 방향’을 문의했고, 해당 부처가 두루뭉술한 답변을 이어가자 재차 질의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질병관리청 개편방안 관련해서 어떤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 의견을 듣고, 정부가 수렴하기 위해 참석했다”며 “복지부 하부조직에 대한 세부사항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복지부가 담당하는 많은 부분을 질병관리청에서 하도록 재조정할 것”이라면서도 “질본 독립성과 국립보건연구원 등과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데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질병관리본부 측은 조직 개편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나타냈다.

질본 관계자는 “질본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질환, 미세먼지, 기후 변화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요구를 받아 왔다”며 “질병관리청이 돼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내부적으로 인력 충원 등이 필요한데, 전문성·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실 교수는 “질본의 청(廳) 승격 조직개편 만큼은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안이니 투명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윤·이재갑 교수 “질병관리청, 연구·거버넌스 전문성 중요”
 
한편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 교수와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관리청 인력·예산 등 독립성은 물론 연구조직과 거버넌스 등 전문성에 대해서도 수차례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질병관리청이 제대로 할 수 있는 연구조직이 만들어지냐”라며 “논의 초점이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교수도 “국립보건연구원(NIH)은 질병관리청의 역할 수행을 위한 R&D 산실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면서 “나아가 국립감염병연구소를 통한 감염병 연구 통합 진행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거버넌스와 관련해서는 지역별 감염병 대응역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본부뿐만 아니라 지방조직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권역질병관리청이 필요한 이유는 지역별로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 당시 대구·경북에서 보듯, 시도 단위에서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아 권역 단위 청이 필요한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교수도 “권역 질병관리지방청 신설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보건소 업무 중 감염병 대응과 만성병 관리는 권역 지방청의 소관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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