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대-과기대-치·한·수 재학생→"의대 가자"
입시업계, 과열 현상 우려감 증폭···"지역인재선발 의무화 역효과"
2023.02.13 11:50 댓글쓰기

최근 최상위권 대학의 자연계열 및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에서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입시업계는 입학 후 자퇴하거나 등록을 하지 않거나, 학사경고 또는 유급제적 처리된 재학생들을 일컫는 '중도탈락자'들 대부분의 행선지가 '의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 IMF로 인한 실업률을 목격한 학생들이 학교 간판보다는 전문직을 선호하면서 의대가 인기를 얻은 것은 오래 전 일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상위권 자연계 학생들이 의대로, 의대생이 상위 의대로 재도전하는 경향이 증가, 그 증가폭이 점점 빨라지고 있어 주목된다.   



입시전문기업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 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SKY' 대학에서 1874명이 중도탈락했다. 


이중 무려 1421명(75.8%)이 자연계 학생이었는데, 이는 지난 2020년 893명, 2021년 1096명에 비해 급증한 숫자다.   


의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의대에서 561명이 빠졌는데, 지방 소재 의대의 인원이 416명(74.2%)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수도권에 소재한 빅5병원 연계 의대들은 중도탈락자가 미미한 수준이었다. 


서울의대 7명, 가톨릭의대 5명, 울산의대 2명, 성균관의대 1명, 연세의대 1명 등이었다.   


그런데 의대생 중도탈락자가 대부분(88.4%) 예과 재학생이었다는 점에서 입시업계에서는 적응하지 못해서라기보다는 상위대학으로의 재도전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더구나 같은 의약학계열인 치대·한의대·수의대에서도 중도탈락자 수가 상당한데, 이들 역시 의대로 향했을 것이라는 게 입시업계 중론이다.


최근 3년 간 한의대에서는 245명, 수의대에서는 225명, 치대에서는 165명이 중도탈락했다. 이 학생들 역시 대부분(각각 88.5%, 91.8%, 87.1%) 예과 재학생이었다. 


의사과학자 양성 담론 형성···과학기술원서 연평균 200명 이탈 "의대 도전 추정" 


눈에 띄는 점은 과학기술계 학생들도 의대로 이동하는 정황이 포착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의사과학자 양성 주도권 문제를 놓고 과학기술계와 의학계가 논의를 벌이던 쟁점인데, 입시업계 역시 이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과학기술원 4곳에서는 5년 간 총 1006명이 학교를 그만뒀다. 연평균 201명이 떠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499명, 울산과학기술원(UNIST) 263명, 광주과학기술원(GIST) 150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94명 등이다.  


연도별로는 ▲2018년 171명 ▲2019년 195명 ▲2020년 176명 ▲2021년 277명 ▲2022년 187명 등 매해 200명 전후로 발생했다. 


이에 대해 종로학원 측은 "중도탈락자 80~90% 이상이 의약학계열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KAIST 학생의 서울대 공대 진학, 타 과기원 학생들 역시 연세대·고려대 이공계로 이동하는 게 크게 의미 있다고 느끼는 학생들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우수 인재들의 의대 쏠림 이대로 괜찮나, 정책 재고 시점" 


이러한 '의대行' 과열 양상에 대해 입시 전문가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인재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현실에서 잘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 대표는 "국가적 차원의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는 과학고, 영재학교 출신들이 같은 취지의 연장선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의약학 계열로 이동한다면 이는 정책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재고가 필요한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학생들이 실제 의학계열로 얼마나 이동하는지, 그렇다면 우려할만한 수준인지 정확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의대에서 의대로 이동하는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로는 수도권을 선호하는 심리와 함께 일부 지역인재전형 의무선발제도의 부작용도 꼽았다. 


지역 균형을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실제로는 인재가 또 다시 수도권으로 쏠리게 만드는 제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 대표는 "학생들 입장에서 연고지도 없는 곳에 가서 6년 이상 사는 게 쉽지 않고, 개원을 고려하면 대부분 수도권에서 더 상위 학교의 이름을 걸고 싶은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의대에서 지역인재 전형으로 40%를 의무로 뽑아야 하는데, 비율이 학교별로 천차만별이다 보니 지방의대는 수시에서 지역인재 전형으로 거의 다 뽑아버린다"며 "반대로 정시는 70~80%를 전국에서 뽑는다"고 설명했다. 


즉, 서울권에 사는 수능고득점자가 정시로 지방의대에 입학하고, 재수·반수해 다시 서울 상위권 의대로 진학하는 불규칙한 흐름이 생겨났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지방 학생이 서울로 가려는 경우가 많은지, 서울 학생이 정시를 타고 지방으로 넘어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경우가 많은지 정책 점검을 위해 추적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 '묻지마 의대', 의전원 체제 전면 부활 가능성  


이 가운데 의대 정원이 확대된다면 의대 쏠림현상은 오히려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2022년도부터 약대가 학부제로 전환되며 약 1700명의 새로운 정원이 의약학계열로 포함됐는데, 입시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오히려 의·치·한의대 모두 다 같이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는 게 그 근거다. 


임성호 대표는 "지금도 의대 설명회를 하면, 모이는 숫자가 다른 계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며 "가수요는 커질 것이다. 이전에는 100등까지 원서를 냈다면 이제는 130명이 원서를 써보려 하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지방권에서 서울권 의대로, 서울권 의대에서 더 높은 서울권 의대로, 타 계열에서 의대로, 재학생 이동이 늘어날 수록 학교 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교육의 질도, 인재의 균형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그는 이 같은 의대 쏠림이 심해지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입시체제가 또다시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고도 우려했다. 


임 대표는 "'묻지마 의대' 현상을 해결하고자 판을 바꿀 수 있다"며 "입시의 역사는 주기가 반복된다. 일단 고등학교 졸업 단계에서 의대 입시가 과열되는 양상부터 막기 위해 의전원 체제가 부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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