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지난 1월 25일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일차의료체계를 방치하고 대형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건강보험재정 낭비"라며 반발했다.
31일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본부)는 이 같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에는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이 선정됐다. 최대 36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들여 상급종합병원이 외래 진료를 줄이면 성과를 보상하겠다는 게 시범사업의 골자다.
그러나 이처럼 대형병원에게 더 보상하는 것은 근본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본부는 "상급종합병원들은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경증환자를 가리지 않고 진료하며 동네의원과 경쟁하고 있다"며 "막상 대형병원은 중증진료에 제대로 투자하거나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 근로자 사망사건도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대형병원에서 꼭 진료해야 하는 환자 비중이 대형병원은 평균 32%에 그쳤고, 빅5병원도 45%에 불과했다.
본부는 "의료가 공적인 규제 없이 맹목적 시장 경쟁에 내맡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면서 "정부가 환자 쏠림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한 경쟁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환자 쏠림 해결을 위해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진료-회송 수가 시범사업이 진행됐고 이는 2020년 상급종합병원에서 본사업으로 전환됐다.
해당 사업도 이미 의료전달체계 개선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정부가 또 비슷한 정책을 내놓은 게 이해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본부는 "불투명한 정책에 엄청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데, 효과를 내지 못하면 재정을 낭비하는 꼴이다"며 "어렵게 대형병원을 찾은 환자가 작은 병원으로 가라는 걸 과연 수용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형병원 및 수도권 쏠림을 바로잡으려면 주치의 제도 등 일차의료체계 강화 대안이 필요하다"며 "일차의료와 지역의료는 방치하고 대형병원에 인센티브를 줘선 안된다.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