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3년 서울대병원·SKT 對 연세의료원·KT
병원+통신 합작회사⇒'의료민영화' 논란 극복여부 초미 관심
2014.10.17 07:21 댓글쓰기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세운 회사인 헬스커넥트를 두고 의료민영화 진실 공방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면서 의료와 IT를 융합, 환자 중심의 헬스케어를 실현시키고자 대학병원과 대형 통신사간 합작 회사가 출범됐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의료계 및 IT업계에 따르면 헬스커넥트가 각종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인의료정보 활용사업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원격의료를 대비한 사전 준비작업 등의 의혹으로 집중포격을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합작투자계약서에 ‘개인의료 기록을 활용한 사업’이라고 명시돼 있어 의료법 위반 뿐 아니라 환자의료정보가 유출됐다고 지적, 사업 철수를 주장했다.


국회 모 의원실에서 요구한 헬스커넥트 재무제표 및 영업보고서와 관련해 제출을 거부했던 일도 의료민영화을 위해 설립됐다는 의혹을 키우는 일이 됐다. 현재는 대부분의 자료가 제출됐다.


또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헬스커넥트와 관련된 이철희 대표(분당서울대병원장) 등 회사관계자 3명을 국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불거지는 의료민영화 논란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통신 맞수 의료IT 합작사 격돌


지난 2012년 국내 통신시장 맞수 SK텔레콤과 KT가 국내 의료계를 대표하는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과 각각 손잡고 헬스케어시장에서의 격돌을 선언했다.


먼저 SK텔레콤은 서울대병원과 IT/통신과 의료가 접목된 융합형 헬스케어 합작투자회사 ‘헬스커넥트 주식회사’를 지난 2012년 1월 18일 공식 출범시켰다.


헬스커넥트는 자본금 200억원 규모로, 대표이사에는 서울대병원의 IT자회사인 이지케어텍 대표를 역임한 이철희 교수가 임명됐다.


여기에 SK텔레콤 육태선 헬스케어사업본부장이 합작사의 CDO(최고개발책임자)를 겸임해 SK텔레콤의 ICT(정보통신기술) 역량과 서울대병원 의료 노하우 및 콘텐츠를 융합한 미래형 혁신 서비스를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이 곳은 지난해 말 스마트폰과 활동량 측정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헬스온'을 상용화했다. 병원 길안내 서비스 `페이션트 가이드', 입원 환자 대상 태블릿 콘텐츠 서비스 `베드사이드 스테이션' 등 스마트병원 솔루션 영업을 하고 있다.


연세의료원과 KT도 두 달 뒤인 3월 의료-ICT 융합 사업 전문 합작회사인 ‘후헬스케어’ 설립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7월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후헬스케어 신임 대표이사에는 신규호 연세의료원 사무처장이 임명됐고, 이영탁 KT 상무는 CBO(최고사업책임자)를 맡았다. 자본금은 10억원 규모로 KT가 49%, 연세의료원이 51%를 투자했다.


주요 사업분야는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병원 경영지원 서비스 제공 ▲e-헬스 상용화 등이다. 특히 연세의료원의 의료기술과 KT의 ICT 솔루션을 패키지 형태로 개발해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출발 3년됐지만 성과 미미


이들 두 곳 합작회사는 의료·IT 융합 신산업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커넥트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헬스커넥트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설립 첫 해 매출액 4억8000원, 영업손실 32억원, 당기순손실 33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이 24억원으로 늘었지만 57억원의 영업손실과 5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해 적자폭이 커졌다.


지난해 매출 거래내역 분석 결과 서울대병원 매출이 11억1592만원, SK텔레콤 매출이 11억4434만원으로 대부분 출자회사와의 거래에 의존하고 있었다.


후헬스케어도 비슷한 형편이다. 10억원 규모의 자본은 현재 잠식 상태다. 지난 3월 KT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후헬스케어는 지난해에만 9억4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곳은 병원정보시스템, IT 기반 보건의료서비스, 병원경영지원, 의료정보화 사업 등을 준비중이지만 아직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개한 바 없다.


이들 두 회사의 고전은 원격의료 등 의료ㆍICT 융합 산업을 뒷받침할 법ㆍ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마땅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회사들은 아직 자체 개발한 독자기술이 없다 보니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도적 여건도 갖춰지지 않아 매출이 발생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발 비슷했는데 왜 헬스커넥트만 집중포화?


이 가운데 헬스커넥트는 서울대병원 파업에서 의료영리화 대표 사례로 꼽히면서 이에 반대하는 의료ㆍ시민단체의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헬스커넥트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원격진료와 원격모니터링 합법화의 최대 수혜자”라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도 비판에 나섰다. 서울대병원이 헬스커넥트 사업에서 손 떼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냈다.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국내 대표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이 병원 영리자회사 1호 헬스커넥트를 만들었다”며 “다른 병원들도 영리자회사를 만들어 이익을 내자는 정부 정책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헬스커넥트를 중심으로 의료영리화 논쟁으로 번지자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가 헬스커넥트가 의료영리화를 위한 회사인지 파악에 나선 것이다.


반면, 후헬스케어는 이 같은 논란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모습이다. 이는 합작회사의 지배구조에 있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후헬스케어와 헬스커넥트의 의료기관과 통신회사 간 지분율은 51%대 49%로 동일하지만 헬스커넥트는 최근 전환사채 발행에 따라 투자자본비율 변동 논란이 있었다.

 

이 때문에 서울대병원 노조는 서울대병원이 SK텔레콤을 통제할 수 없는 구조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보다 더 큰 차이는 연세의료원과 달리 서울대병원이 국립기관으로서 가진 공공성이다.


노조는 “헬스커넥트를 공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병원의 주장은 어리석다”며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은 즉각 의료영리화 정책을 폐기하고 헬스커넥트 사업을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평소 혈압, 혈당 등 건강관리서비스를 시도하는 회사일 뿐 의료영리화와 무관하다”며 “의료계, 노조,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상세한 소명자료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위한 의료민영화 전초기지” 시선 큰 부담


관련 업계에선 “구글과 애플이 헬스케어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세계 의료산업이 들썩이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환자와 소비자 관점에서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매년 10~15% 가량 헬스케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오히려 해외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통신네트워크를 활용한 원격진료 분야 역시 통신산업과 의료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영역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은 상당하다.


의사가 원거리에서 환자를 진단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어 오진률이 높아지고 대형병원 일부가 환자를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상으로도 원격진료는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의료는 어느 분야보다 민감하다”며 “규제 완화 등은 많은 부작용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맞는 제도적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헬스커넥트의 성과는 아니지만 서울대학교병원과 SK텔레콤은 중동 의료IT시스템 시장을 오랜 기간 지배해 왔던 유수의 서구 업체들을 제치고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병원에 한국식 의료IT시스템을 수출하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IT업체 한 관계자는 “의료IT산업 역사를 다시 쓸 정도로 한국 의료IT 시스템이 해외에서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 국내에서는 오히려 의료IT시스템의 발전에 역행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선점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며 “통신과 의료업계의 상생의 협력이 더 활발해져 국내 헬스케어 시장의 탄탄한 성장을 동반한 해외시장 진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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